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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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골프인생은 지금 단풍이 물들어 찬란하게 아름다운 가을쯤 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지금 이순간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도전하겠습니다."

'낚시꾼 스윙' 최호성(51)이 미국프로골프(PGA)의 시니어 투어인 PGA챔피언스투어 메이저 무대에 선다. 다음달 23일부터 미국 미시간주 하버 쇼어 리조트에서 열리는 시니어PGA챔피언십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45세 이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우승을 따낸 선수'로서 출전권을 따냈다. 최호성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젊음'을 무기로 패기있게 도전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최호성은 한국 남자골프에서 대표적인 '대기만성' 스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안양CC에서 일하다가 골프를 독학으로 익혀 프로가 됐다. 시작은 늦었지만 이후에는 '논스톱'으로 질주했다. 2부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2001년 정규투어에 입문한 뒤 현재까지 시드를 한번도 잃은 적이 없다. 한국에서 2승을 거둔 그는 아시아와 일본에서는 3승을 더했다.

만 51세가 된 올해는 정규투어인 KPGA투어와 시니어투어인 K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KPGA 챔피언스투어 제3회 참마루건설 시니어 오픈(총상금 1억 5000만원)에서 시니어 투어 두번째 출전만에 우승하며 개인 통산 6승을 달성했다.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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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낚시꾼 스윙'이다. 백스윙때 클럽을 하늘 높이 올리고 물고기를 낚아올리듯 클럽을 휘두른다. 임팩트하면서 오른다리를 들어올리고 스윙의 중심이 되는 왼쪽다리도 흔들린다. 나이가 들면서 비거리가 줄어들고 몸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스윙이다.

하체를 고정하고 몸통의 유연성을 활용해 꼬임을 최대한 만들어내는 '정석'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스윙으로 KPGA투어에서 롱런 신화를 작성하고 있다. 그의 스윙은 2019년 미국에 소개돼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등 3개 대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시니어투어 출전 자격인 만50세가 되면서 그는 적극적으로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PGA챔피언스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한 그는 공동 33위로 시드를 따는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올해는 스폰서 초청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따냈다.

이달 초에는 제리 켈리(미국)의 초청으로 PGA투어 챔피언스투어 콜로가드 클래식에 출전해 최종합계 2언더파 211타, 공동 43위에 올라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힘이 살아있는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 등을 보니 '외계인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면서도 "미국 선수들에 비해 체격의 한계도 실감했지만, 동시에 젊음이 무기라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를 "행복한 골퍼"라고 표현했다. "정규투어에는 후배들의 멋진 샷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멋이 있고, 시니어투어에서는 선배님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경기를 치르는 멋이 있더라"며 "이 둘을 함께 경험할 수 있기에 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의 롱런 비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꼽았다. 그는 "자신감 100%만으로는 아들뻘인 20대, 한시대를 풍미했던 골프 전설들을 상대할 수 없다"며 "이번에도 자신감을 500%, 1000% 충전하고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뛰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여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