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두 단계 낮췄다. 지난해 10월 말 ‘AA’에서 한 등급 떨어뜨린 지 4개월 만이다.

S&P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4개국(사우디 러시아 베네수엘라 카타르)의 산유량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40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배럴당 45달러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 사우디의 재정 개선 효과가 미미하고, 재정적자 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3%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S&P는 이날 바레인과 오만의 국가신용등급도 각각 2단계 낮은 ‘BB’와 ‘BBB-’로 강등시키며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했다. 중앙아시아 대표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의 신용등급도 ‘B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이미 투기등급인 브라질의 신용등급도 ‘BB’로 한 단계 더 내렸다.

이날 국제유가는 이란이 사우디와 러시아 등의 산유량 동결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은 전날보다 5.58% 오른 배럴당 30.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7.21% 상승한 34.50달러에 마감했다.

외신들은 비잔 남드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이 이날 테헤란에서 중동 산유국 대표들과 회동한 뒤 “시장을 안정시키고 유가를 높이기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란이 산유량 동결에 참여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