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제품으로 불황돌파
작년 한 해 한국 기업들은 유가 급락,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2016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순손실(연결기준)을 냈다. 1968년 설립 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라는 포스코의 적자전환은 한국 제조업체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 16.9%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4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한국 대표 제조업이 ‘실적 절벽’에 부딪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유가와 신흥국 경기 둔화는 올해도 이어져 2016년 기업 경영 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 한 해 예상되는 어려움을 ‘세계 1등 제품’으로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메르세데스벤츠 같이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한 세계 1등 제품은 불황 때 타격을 가장 늦게, 그리고 덜 받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불황 이겨낼 무기는 세계 1등 제품

한국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수출은 5272억달러로 전년 대비 7.9% 줄었다. 수출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특성상 수출 감소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을 이끌었던 석유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이 유가 하락, 신흥국 시장 경기 둔화, 중국 경쟁 기업 도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게 수출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6.6%와 21.4% 감소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다섯 분기 만에 감소했다. 실적 회복을 이끌던 반도체 사업이 어려워진 탓이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위기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으로까지 전염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대로 라면 올해 연매출 200조원 달성도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출이 강세를 보인 제품도 있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수출이 53.3% 증가한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으로 작년에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급증했다. 효성도 스판덱스 세계 1위 브랜드인 ‘크레오라’의 수출 호조로 작년에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으로부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배터리를 잘 만드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은 LG화학은 작년에 배터리 분야에서 잇따라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 급증했다.

1등 제품으로 시장 주도한다

세계 1등 제품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올 한 해 이를 통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오는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7 공개 행사를 연다. 공개 시점은 작년 갤럭시S6 때와 비슷하지만 판매 시점은 앞당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월에 곧 바로 판매에 들어간다”며 “제품 출시가 한 달가량 빨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직후 판매에 들어감으로써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전 제품인 갤럭시S6는 작년 3월1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뒤 한 달여 만인 4월10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20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고급 사양을 내세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앞세워 애플이 장악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세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인 초대형 세단 EQ900(해외명 G90)과 대형 세단인 3세대 제네시스(G80)를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람보르기니 출신인 마케팅 전문가 맨프레드 피츠제럴드와 벤틀리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루크 동커볼케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 제품을 선보인다. 상위 5% 내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브랜드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가격도 높게 책정할 예정이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단 TV,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올해 고급강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강화한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층간소음 방지용 고망간 바닥재, 수분과 고온에 견디는 합금 도금강판 포스맥 등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