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랜드연구소 연구원 진단, 아·태 지역 안보에도 악영향

중국이 실전 배치한 사거리 400㎞ 이상의 러시아제 S-400 '트라이엄프'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투기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미국 랜드연구소의 티모시 히스 연구원은 중국이 배치할 S-400 지대공 미사일 때문에 한반도 등 극동 지역 안보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등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미국과 우방의 지원 활동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내다봤다.

히스 연구원은 안보 외교 전문 온라인 블로그 '워온더록스'(War on the Rocks)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북한 접경 지역과 산둥(山東)반도에 S-400을 배치하면 북한 전역이 작전 권역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남북한 무력 충돌 시 중국은 역내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해 북한에 대한 압박용이나 미군과 한국군이 북한에 대한 공습 억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또 S-400이 사거리 200㎞ 이상의 러시아제 S-300 PMU와 이의 '짝퉁' 격인 HQ-9 지대공 미사일 망을 운영할 경우 서해에서 들어올 수 있는 미국 항공모함 전단 발진 전투기들을 크게 위협, 항모전단의 활동 해역을 동해 쪽으로 이동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히스 연구원은 S-400 배치를 통해 중국은 항공 충돌 방지(deconfliction)를 내세워 한미 양국이 어쩔 수 없이 중국군과 협력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과 한국 등 우방의 공중 활동 속도를 조절하는 데 S-400이 중요한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이 한국에 배치를 추진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대응체로 이 미사일의 대량 구매를 러시아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대만 간에 분쟁이 발생할 때도 해협에 배치된 S-400은 대만 전투기가 발진하자마자 격추할 수 있다.

또 대만군 지원에 나서는 미 공군과 해군 항공기들도 S-400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지대공 미사일 피격 범위를 피해 대만 동부 공역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영유권 분쟁을 빚어온 일본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서의 분쟁 발생 시에도 S-400은 센카쿠 열도로 출격하는 중국 연안 배치 전투기들에 방어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또 HHQ-9 같은 함대공 미사일 체계 및 전투 공중 초계(CAP)와 함께 전개되면 S-400은 센카쿠 열도를 훨씬 벗어나는 곳까지 방어할 수 있어 일본 전투기의 접근을 사실상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략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배치된 남중국해상의 하이난(海南)섬에 S-400을 배치하면 중국은 남중국해상 북부 지역까지 영향권에 둘 수 있다고 히스 연구원은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 국영무기수출업체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와 30억 달러(3조 6천억 원)에 6개 대대 운용 규모인 36대의 이동식 발사대(TEL)와 레이더 등 지원 체계 등을 도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S-400은 현존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이 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에서부터 B-2 폭격기, F-117 폭격기, F-35 전투기 등 레이더에 거의 걸리지 않는 스텔스기와 전술탄도미사일까지 파괴할 수 있다.

특히 S-400은 한꺼번에 100개의 공중 표적을 추적할 수 있으며, 동시에 6개의 표적을 격추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터키 접경을 비행 중이던 자국 Su-24 팬서 전투기가 터키군에 격추되자 S-400 포대를 시리아에 배치해 터키를 위협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