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섬유센터. 4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3층 ‘이벤트홀’로 속속 모여들었다. 홀 입구에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80대 노신사가 200여명의 손님을 일일이 악수하며 맞이했다.
머리가 하얀 60~70대 참석자들도 그의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회장님, 건강은 괜찮으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다. 몇몇 참석자는 그와 가볍게 포옹한 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행사는 24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옛 고합의 창립 기념행사. 노신사는 장치혁 전 고합 회장(84)이었다.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지난 22일 열린 ‘고합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장치혁 전 고합 회장(맨 왼쪽)이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송종현 기자
◆2004년 후 첫 공식행사
장 전 회장이 1966년 1월24일 8명의 주주와 함께 설립한 고합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다. 고합은 섬유사업으로 시작해 석유화학, 보험, 전기·전자 계열사를 잇따라 설립하며 1990년대 중후반 연매출 4조원이 넘는 재계 17위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계열사는 대부분 청산됐고 가장 우량했던 석유화학 사업을 분할해 2001년 설립한 옛 KP케미칼은 2004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으로 넘어갔다.
이후 고합이란 이름을 내걸고 열린 공식행사는 한 차례도 없었다.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져 사석에서나 간헐적으로 만날 뿐이었다. 그러다가 몇몇 고합인이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6년엔 기념식을 한 번 열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1월 ‘창립 50주년 기념식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열린 이날 행사는 고합이 완전 해체된 뒤 12년 만에 열린 공식행사였다. 김하경 준비위원은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순수 친목행사”라며 “고합의 이름으로 재기를 노리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직 고합 임직원 외에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영원무역 회장), 김덕룡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 김범일 가나안농군학교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장병주 대우재단 이사장,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동안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외환위기 직후 어려웠던 상황을 회고하며 고합이 해체된 데 대해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덕룡 이사장은 “당시 집권 여당의 정치인으로서 외환위기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합이 무너진 것에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 직원 대표로 인사말을 한 최명순 씨는 “1983년 폴리에스터 사업부로 입사한 직후 회사에서 받은 이불 석 장을 아직도 쓰고 있다”며 울먹였다. 그는 “고합에서 받은 정신교육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개척정신 자랑스럽다”
고합 창업자인 장 전 회장은 회사를 잃은 충격으로 2002년 이후 수년간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직전 기자와 만난 그는 “실패한 기업은 돌아보지 않는 게 한국의 정서”라며 “그런 점에서 고합 창립 50주년 행사는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합인의 개척정신으로 일군 공장(현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은 막대한 흑자를 내며 풀가동되고 있다”며 “순수 국내 기술로 파라자일렌(PX) 계열 석유화학 제품 일관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 고합의 개척정신을 잘 보존, 계승하면 새로운 변화의 50년을 살아갈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이 20일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이사회 운영 논란으로 비화하자 절차적 논란을 끊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한국앤컴퍼니는 이날 경기 판교 본사 테크노플렉스에서 이사회를 열고 기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의결에 따라 한국앤컴퍼니는 박종호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사임 배경에는 소액주주와의 송사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구속 중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5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연대에는 과거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도 참여하고 있다. 조 전 고문은 202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 매수를 시도했으나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원을 받은 조 회장에게 밀려난 바 있다. 이 소송과 별개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달 25일 조 전 고문이 지난해 5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에서 원고(조현식)의 손을 들어줬다.이처럼 법정 공방이 거세지자 조 회장이 회사 경영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직 사퇴 이후에도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역할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양길성 기자
아마존이 전통 유통업의 강자 월마트를 제치고 연간 매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1994년 온라인 서점 사업을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다만 월마트가 신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내년엔 1위 자리를 다시 빼앗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9일(현지시간) 월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7132억달러(약 103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아마존이 발표한 지난해 매출 7169억달러보다 37억달러 적은 수치다. 아마존이 연간 매출 기준으로 월마트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로써 월마트는 2012년부터 지켜온 세계 매출 1위 기업 자리를 아마존에 내줬다. 아마존은 2019년 세계 기업 매출 9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들었고, 2023년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중국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SGCC)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월마트와 아마존은 글로벌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월마트는 전 세계에 매장이 1만 개 이상 있는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전역의 4700여 개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e커머스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매달 방문객이 27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e커머스 업체다. 월마트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아마존은 슈퍼마켓 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다만 유통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월마트가 여전히 세계 매출 1위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을 제외하면 지난해 아마존의 유통 부문 매출은 5880억 달러에 그친다. 반면 월마트는 매출 대부분이 유통사업에서 나온다.두 공룡은 인공지능(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빅스비’가 자연어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동안 화면이 꺼지지 않게 해줘”라고 하면, 빅스비가 ‘사용 중일 때 화면을 켠 채로 유지’ 설정을 즉시 활성화해주는 식이다.삼성전자는 20일 빅스비를 더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베타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타 프로그램은 음성으로 원하는 기능이나 설정을 말하면 빅스비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적합한 설정이나 기능을 제안해준다. 빅스비는 원 UI 8.5 베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갤럭시 S25 시리즈에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된다.베타 프로그램은 현재 디바이스 설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한다. 스마트폰의 모든 설정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없이 현재 자신의 디바이스 상황에 맞는 문제 해결방법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벨소리가 안 나오는 것 같은데 해결 방법 알려줘”라고 말하면, 빅스비가 현재 디바이스 설정 상태를 확인한 후 “현재 디바이스가 방해 금지 상태입니다. ‘방해 금지’ 설정을 해제할까요?”라고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식이다.베타 프로그램은 대화 중에 모든 정보를 검색·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용자가 궁금한 내용을 빅스비에게 물어보면 빅스비가 실시간 웹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 답변을 제공해준다.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빅스비는 갤럭시를 넘어 삼성 TV, 삼성 가전 등 삼성 에코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직관적인 디바이스 에이전트로 진화했다”며 “사용자들이 제품을 더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