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국민연금 수익 어느새 연 22조…삼성전자 순익 2년 연속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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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의 현장을 가다 (1) 글로벌 저금리 시대, 활로를 찾아라
영국 HSBC빌딩·개트윅공항에 베팅해 1.5조 수익
"자본 투자가 기업 수익력 추월하는 시대 왔다"
한국 투자자산 1600조…효율투자 역량 키울때
영국 HSBC빌딩·개트윅공항에 베팅해 1.5조 수익
"자본 투자가 기업 수익력 추월하는 시대 왔다"
한국 투자자산 1600조…효율투자 역량 키울때
“한국이 런던에서 투자한 사업 중 가장 큰 성공작이 될 겁니다.” 지난해 12월21일 영국 런던 중심가 빅토리아역에서 급행열차로 30분가량 이동해 도착한 개트윅공항. 이곳에서 만난 마이클 맥기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 공동대표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위축되지 않고 개트윅공항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옳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민연금은 2010년 GIP가 개트윅공항을 인수할 때 1200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의 대표적인 해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2009년에는 런던 HSBC 본사 건물을 1조3000억원에 사들였다가 2014년 96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영국에서 이 두 건의 투자로 국민연금이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조5000억원. 같은 기간(2009~2014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영국에서 휴대폰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다.
◆운용자산에 비례하는 수익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투자 확대 움직임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연금의 2015년 투자 수익(22조6000억원)은 삼성전자 순이익(증권사 추정치 평균 2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앞지른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이는 돈도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 시장에 115조원을 투자해 7조원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으로 치면 삼성전자(지난해 해외부문 추정 순이익 17조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수출기업이 되는 것이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7~8년 안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수익이 삼성전자의 해외 순이익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해외 투자 비중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까지 해외 투자를 지난해의 두 배 수준(20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운용 자산이 급증하고 있는 곳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다. 국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를 합하면 운용자금 규모는 1600조원(작년 말 기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600조원 안팎이던 2009년에 비해 160%가량 늘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에만 매달 1조~2조원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며 “‘큰손’들의 자금이 연간 100조원가량씩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경험, 노하우 부족
이 1600조원은 그동안 주로 국내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돼왔다. 하지만 규모가 점점 불어나면서 한국 시장이 수용하기에는 너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채권 자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6.5%, 채권인수 잔액의 13.0%를 차지한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국민연금 기금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면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형 연기금과 생보사들은 국내에서 투자대상 확보 및 매각의 어려움, 수익률 둔화라는 공통 고민을 안고 있다.
결국 해외 투자 확대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연기금에 비해 해외 투자비중이 낮고 경험과 노하우, 인프라 등이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큰손’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280조원 수준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17%에 그쳤다. 국민연금(115조원)과 한국투자공사(110조원)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해외 투자액은 60조원에도 못 미친다.
◆“투자 골든타임 놓치면 재앙”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30년 전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표적인 대체투자 자산인 부동산이나 사모펀드(PEF)의 평균 투자기간이 8~15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적정 투자 기회는 1~2회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연금에 주어진 ‘골든타임’은 15년 남짓이다. 다른 연기금들도 처지가 비슷하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10~20년 후에는 기금 축소에 대비해야 한다.
한동주 NH-CA자산운용 대표(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는 “국내 자산에 자금 대부분이 몰려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해외 투자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지급준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을 내다 팔아야 할 때 국내 자본시장에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9270억弗
2013년부터 작년 6월까지 1년 반 동안 늘어난 세계 국부펀드 운용자산이다. 이집트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국부펀드를 신설하면서 ‘큰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이후에만 11개 국부펀드가 신설됐고 총 73개가 운영되고 있다.
고경봉/런던=좌동욱 기자 kgb@hankyung.com
증권부 특별취재팀 이건호 차장(팀장), 샌프란시스코=고경봉 차장, 뉴욕=유창재 기자, 런던·암스테르담·밀라노=좌동욱 기자, 홍콩·싱가포르=안상미 기자, 도쿄=이현진 기자/염지원 ASK사무국 연구원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투자 확대 움직임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연금의 2015년 투자 수익(22조6000억원)은 삼성전자 순이익(증권사 추정치 평균 2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앞지른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이는 돈도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해외 시장에 115조원을 투자해 7조원가량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으로 치면 삼성전자(지난해 해외부문 추정 순이익 17조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수출기업이 되는 것이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7~8년 안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수익이 삼성전자의 해외 순이익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해외 투자 비중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까지 해외 투자를 지난해의 두 배 수준(20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운용 자산이 급증하고 있는 곳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다. 국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를 합하면 운용자금 규모는 1600조원(작년 말 기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600조원 안팎이던 2009년에 비해 160%가량 늘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에만 매달 1조~2조원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며 “‘큰손’들의 자금이 연간 100조원가량씩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 경험, 노하우 부족
이 1600조원은 그동안 주로 국내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돼왔다. 하지만 규모가 점점 불어나면서 한국 시장이 수용하기에는 너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채권 자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6.5%, 채권인수 잔액의 13.0%를 차지한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국민연금 기금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면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형 연기금과 생보사들은 국내에서 투자대상 확보 및 매각의 어려움, 수익률 둔화라는 공통 고민을 안고 있다.
결국 해외 투자 확대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연기금에 비해 해외 투자비중이 낮고 경험과 노하우, 인프라 등이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큰손’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280조원 수준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17%에 그쳤다. 국민연금(115조원)과 한국투자공사(110조원)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해외 투자액은 60조원에도 못 미친다.
◆“투자 골든타임 놓치면 재앙”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30년 전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표적인 대체투자 자산인 부동산이나 사모펀드(PEF)의 평균 투자기간이 8~15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적정 투자 기회는 1~2회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연금에 주어진 ‘골든타임’은 15년 남짓이다. 다른 연기금들도 처지가 비슷하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10~20년 후에는 기금 축소에 대비해야 한다.
한동주 NH-CA자산운용 대표(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는 “국내 자산에 자금 대부분이 몰려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해외 투자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지급준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을 내다 팔아야 할 때 국내 자본시장에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9270억弗
2013년부터 작년 6월까지 1년 반 동안 늘어난 세계 국부펀드 운용자산이다. 이집트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국부펀드를 신설하면서 ‘큰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이후에만 11개 국부펀드가 신설됐고 총 73개가 운영되고 있다.
고경봉/런던=좌동욱 기자 kgb@hankyung.com
증권부 특별취재팀 이건호 차장(팀장), 샌프란시스코=고경봉 차장, 뉴욕=유창재 기자, 런던·암스테르담·밀라노=좌동욱 기자, 홍콩·싱가포르=안상미 기자, 도쿄=이현진 기자/염지원 ASK사무국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