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임금증가에 중국·유가 충격…'올해 침체' 확률 3년간 최고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느리지만 꾸준하게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던 미국 경제가 연초부터 찬바람을 맞고 있다.

밖으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이 붕괴되는등 하락세가 심해지고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진데다가, 안에서는 소비와 생산의 동반부진 우려가 커진 데 따른 현상이다.

◇소비회복 갈길 먼데 커지는 대외 충격 = 1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이런 우려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지난해 11월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였던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매판매가 지난해 12월에는 각각 0.2%와 0.1%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0.4% 감소하며 석 달째 위축됐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전체 소비활동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고 평가된다.

월간 소매판매는 변동성이 다소 큰 특성을 가지지만,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 2.1%는 2014년의 3.9%보다 절반 정도에 그친 값이다.

전미소매업협회(NRF)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말 성수기 소매업체 매출액 증가율은 3%에 머무르며 이 협회에서 예상했던 3.7%에 미달했다.

2014년의 연말 성수기 소매 매출 증가율은 4.1%였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 핵심 근거 중 하나였던 '물가가 목표치인 2%로 근접할 확신'을 약하게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매월 약 22만 개꼴로 새 일자리가 생겼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폭은 0.62%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일자리 증가와 소비 회복 사이의 상관관계를 약하게 한다.

월마트나 메이시스 같은 주요 유통업체의 점포폐쇄와 감원은 최근 이어진 새 일자리 증가세에 악영향을 줄 만한 요인들이다.

국제유가의 하락 역시 소비 촉진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수익성이 악화된 에너지관련 산업이 전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 효과를 더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기 준금리 인상의 대표적인 옹호론자 중 한 명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장은 전날 강연에서 "유가가 안정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목표치(2%)로 돌아가겠지만,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세는 그런 균형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진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은 간신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미국에서의 경기회복 기대심리를 다시 억누르기 시작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모닝스타는 지난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 상황이 좋아 보였고 유럽 역시 회복이 기대됐던 상태에서 나타난 중국 경제의 부진은 그 폭이 아무리 작아도 예상치 못했던 찬물을 뒤집어쓴 셈"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에서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에 경기침체를 야기할 만한 "거의 모든 요인들이 (미국) 국경 밖에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유럽은 약간 긍정적이지만, 중국은 와일드카드"라며 중국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미국 경기가 침체 상태에 빠질 확률은 17%로 최근 3년간 가장 높았다.

◇ 지금의 충격 단기적·주요지역 중 가장 견조한 성장전망 여전 = 물론 지금 미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충격들이 장기적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실물경제에서 나타나는 근본적 문제라기보다는 금융시장에서 미리 반영한 불안감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모건스 탠리 투자은행의 엘렌 젠트너 수석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확장이 꺾이려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불안감이 미국 내부로 옮겨질 일종의 통로가 필요하다"며 현재 금융시장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런 낙관적 시각의 가장 큰 근거는 올해 주요 경제권 가운데 미국의 예상 성장 속도가 가장 높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2016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 2.7%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나 일본, 영국 등 주요 경제권에 대한 예상치를 웃돌았다.

데 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 11일 강연에서 "하향 리스크는 주로 우리(미국) 경제에 대한 세계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영향과 관련돼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에 대해 그는 "그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생길 때, 금융경제가 아닌 미국의 실물경제를 살펴보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미국 경제에서 무역의 비중이 최근 높아지기는 했지만, 2014년 기준으로 13%로 한국의 50%와 비교했을 때 대외 충격의 영향력이 적다는 점도 미국이 '외풍'에 덜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다.

기준금리 인상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2.2234%였던 10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날 2.0874%로 하락했다.

장기 채권으로 꼽히는 10년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하락하는 데 대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더불어 미국 경제의 상대적으로 강한 체력이 작용했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