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은 2008년 들어선 서강동 주민센터 건물 4~5층에 자리잡고 있다. 연면적 1146㎡, 소장도서 6만2000권으로 다른 구립 공공도서관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곳은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2번 출구 옆에 바로 붙어 있어 교통이 편리한 데다 20대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 지역과 홍익대 거리와 가까워 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자주 찾는다.
서강도서관의 인문학 프로그램 ‘도서관 초대석’에서 《논객시대》를 쓴 노정태 씨(오른쪽)와 김민하 씨가 대담을 하고 있다. 마포구립서강도서관
서강도서관의 인문학 프로그램 ‘도서관 초대석’에서 《논객시대》를 쓴 노정태 씨(오른쪽)와 김민하 씨가 대담을 하고 있다. 마포구립서강도서관
서강도서관은 이런 지역·인구 특성을 반영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해 이용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적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야간 인문학 강의를 주 1~2회 진행하고 있다. 저자와 독자 사이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서관 초대석’ ‘집중 인문학’이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도서관 초대석은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을 쓴 저자를 초청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시인 이병률, 철학자 강신주 등 젊은 독자가 선호하는 저자들을 초대했다. 집중 인문학은 1회성 강연에서 벗어나 3~4회 ‘집중 강의’를 기획해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이 원하는 연사를 초청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오는 25일에는 서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겸 칼럼니스트 박찬일 씨가 도서관 초대석의 연사로 등장해 ‘스파게티와 짬뽕의 연대기’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6일에는 김명진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이 ‘집중 인문학’ 강사로 나서 컴퓨터·환경·생명공학 기술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본다. 이현아 서강도서관장은 “합정·상수동 등 도서관 인근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이 인문학 프로그램의 주 이용자”라며 “교통이 편리해 지방에서도 유명 저자의 강의를 들으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강도서관은 지역 내 다른 도서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독서 생활화를 위한 공동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8년 서강도서관을 주축으로 결성된 마포구도서관협의회는 마포평생학습관, 관내 작은도서관 등 20여개 단체가 참여해 지역 독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마포구청 앞 광장에서 열린 ‘마포 동네 책 축제’가 대표적인 행사다. 협의회 회원 도서관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문화단체가 참여해 주민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관장은 “개관 이래 ‘도서관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며 “도서관을 지식과 경험의 나눔을 넘어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