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백병원 2004~2010년 조사 결과

만 8살도 안돼 성조숙증으로 진단받는 여자 어린이가 최근 7년 사이 15배나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김신혜 교수팀은 2004~2010년 성조숙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아이들(8세 미만 여아, 9세 미만 남아) 2만1천351명을 분석한 결과, 사춘기 지연 호르몬 치료가 필요했던 경우가 10.3%(2천196명)에 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성조숙증에 해당하는 건강보험코드를 입력해 실제 진료한 인원만을 분석한 것으로,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1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10만 명당 성조숙증 발생률은 여아가 2004년 3.3명에서 2010년 50.4명으로 15.2배 늘었다.

남아는 2004년 0.3명에서 2010년 1.2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2010년 성조숙증 유병률만 보면 남아(10만명당 1.7명)보다 여아(10만명당 55.9명)가 33배 높았다.

성조숙증 진료 후 호르몬 치료를 받은 비율은 2004년 7.5%, 2005년 6.8%, 2006년 5.7%, 2008년 9.3%, 2009년 9.6%, 2010년 15.8%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성별로는 여아가 94.6%(2만212명)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성조숙증 확진 비율을 성별로 보면 남아가 2004년 12%에서 2010년 9.1%로 줄어든 반면 여아는 7.3%에서 16.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진료 인원도 2004년 1천18명에서 2010년 5천573명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성조숙증이 여아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여자의 뇌가 환경의 자극적 노출에 더 민감해 성호르몬 자극 호르몬을 더 잘 만들어내고, 체지방이 많을수록 아로마타제라는 효소가 여성호르몬을 더 잘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따라서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 몽우리가 생기거나 만 10세 전에 초경이 시작된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남아는 만 9세 전 고환이 메추리알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춘기 지연치료는 늦어도 만 9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고 12세 이전에 종료하는 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미정 교수는 "소아비만 증가,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TV, 인터넷을 통한 성적 자극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성조숙증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혈액검사, 성장판 검사, 성호르몬 분비자극 검사 등을 통해 확진한 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춘기 지연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