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에서 시작된 20대 총선 ‘물갈이론’ 논란이 새누리당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와 내각 인사들이 여당 텃밭 지역 출마를 준비하면서 곳곳에서 친박근혜(친박)계와 비박근혜(비박)계의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청와대발 ‘TK 물갈이’는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현역 지역구 의원을 배제한 채 대구를 방문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임과 2차 개각설로 다시 한 번 불붙고 있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 빈소에서 ‘TK 물갈이’에 불을 지폈다.

친박계의 총선 채비는 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과 서울 강남벨트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본선보다는 여당 내에서 계파 간 예선을 치를 전망이다. 청와대 참모 출신 가운데 전광삼 전 춘추관장은 대구 북구갑,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구 서구,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대구 달성군 출마가 거론된다. 각각 권은희 김상훈 이종진 의원의 지역구로 모두 친유승민계로 분류된다.

내각 인사로는 정 장관이 대구 동구갑, 백승주 전 국방차관이 경북 구미갑,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부산 또는 대구 출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비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과 퇴임 이후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박계 박민식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장관이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인데 이런 분들이 다 제일 좋은 ‘장미꽃 길’이라고 하는 TK에 간다”며 “국민이나 당원들이 이런 행태에 대해 박수를 칠까 상당히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이한구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TK 물갈이론을 제기하는 친박계를 ‘용박(用朴)’이라 지칭하며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의원은 “고위직에 있던 분들의 헌신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청와대 수석 및 장관 출신들은)서울·수도권 현역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있는 곳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