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출범 여파…순환출자 해소 비용 2조4천억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11개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순환형 출자형태로 된 고리의 수가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계기로 기존 10개에서 21개로 배 이상 늘어났다.

또 기존 순환출자 고리도 단 1개(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를 제외하고는 모두 변형이 일어나 실질적으로 20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새로 생겨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됐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간 지분출자가 'A사→B사→A사'로 이어지는 출자형태로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한 계열사가 부실화하면 출자관계의 다른 계열사가 동반 부실해질 우려가 있어 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 대상이 됐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생겨난 순환출자의 특징은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금융부문 핵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순환출자 확대로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크게 강화한 점이다.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는 6개에서 7개로 늘어났고 삼성생명 중심 고리는 2개에서 5개로, 그리고 삼성화재 중심 고리는 2개에서 3개로 증가했다.

직전에 1개도 없던 삼성전자 축의 순환출자 고리도 새로 6개나 생겨났다.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은 21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그룹 지배구조의 핵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로 인해 삼성 오너가의 그룹 지배력도 더욱 강화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5.47%,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친족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9.9%에 이른다.

다만 순환출자 고리가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과거보다 순환출자 해소 방법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1%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73%,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37%를 끊어내면 순환출자 완전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는 제3자로의 지분 매각 보다는 대주주 또는 자사주 취득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기(7천300억원), 삼성SDI(1조3천200억원), 삼성화재(3천800억원)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정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2조4천300억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인해 새로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가 공정거래법상 해소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