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를 기점으로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 위주로 팔리던 내수 시장에서 새로운 PHEV 및 전기차 모델을 투입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 최근 현대차는 외부 충전 방식의 쏘나타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 쏘나타 PHEV 내수·수출 공략 박차

쏘나타 PHEV는 현대차의 미래 친환경차 플랜의 신호탄이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시작으로 모든 차급에서 PHEV와 전기차를 도입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올해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쏘나타 PHEV를 소개하며 "PHEV는 미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쏘나타는 지난 8월부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8~9월 수출대수는 600여대로 집계됐다. 미국은 전세계 PHEV 수요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쏘나타는 앞으로 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쉐보레 볼트, 도요타 프리우스 PHEV 등과 경쟁하며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에선 이제 첫 발을 뗐다. 환경부의 500만원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차값은 3495만원부터 살 수 있다.

PHEV는 기존 하이브리드차에 외부 충전을 더해 EV(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는 주행가능거리를 늘린 게 특징이다.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외부 충전으로 연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였다.

쏘나타 PHEV는 국내 완성차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번째 모델이다. 156마력의 2.0L 가솔린 엔진과 50㎾급 전기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205마력, 9.8㎾h급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 모드로 최대 44㎞ 주행한다. 공인 연비는 17.2㎞/L, 1㎾h당 4.6㎞를 달린다. 현대차는 1회 완속 충전까지 2시간30분~3시간 정도 소요되며 860원의 전기료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병학 현대차 남양연구소 연구원은 "쏘나타 PHEV에는 밀폐형 연료 시스템과 도어 쪽 충전구 설치 등 기존에 없던 기술들이 많이 적용됐다"며 "하이브리드차 개발팀과 전기차 개발팀의 협업으로 이뤄냈다"고 소개했다.
쏘나타 PHEV 충전 사진.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쏘나타 PHEV 충전 사진. (출처=현대차 홈페이지)
◆ 내년 1월 하이브리드 전용차 첫선…2020년까지 친환경차 22종

세계 각국 배기가스 규제 강화 조치로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 2025년 75g/㎞로 줄여야 한다. 자동차 보급 증가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은 2020년까지 117g/㎞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치를 정했다. 전기차 구매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PHEV,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8개 차종인 친환경차 가짓수를 오는 2020년까지 총 22종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내년 1월에 1.6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준중형급 하이브리브 전용 모델을 출시한 이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도 추가로 내놓는다. 기아차도 동급 차종에서 현대차와 같이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쏘나타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K5도 내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 구축 외에도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전기차 주행거리에 영향을 주는 2차 전지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배터리 가격 인하로 차값도 떨어져야 보급률이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를 지나는 쏘나타 PHEV. (사진=김정훈 기자)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를 지나는 쏘나타 PHEV. (사진=김정훈 기자)
◆ 쏘나타 PHEV 타보니…"성능 좋고, 충전 걱정 없고"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폭스바겐 디젤 사태 여파로 PHEV, 전기차 등 새로운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틀 간 서울 도심과 경기도 하남 일대에서 쏘나타 PHEV를 몰아봤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언제쯤 충전해야 할지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했던 전기차와 달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충전 걱정을 덜었다.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이 줄어도 휘발유를 채워 넣을 수 있어 충전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없앴다.

엔진 시동을 걸고 액셀 페달을 밟으면 차는 전기차와 같이 조용하다. 저속으로 달리는 구간에서 EV모드가 계기판에 뜨고 가솔린 엔진은 구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엔진이 작동해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운행된다.

센터페시아 상단 디스플레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 전기충전소 아이콘을 클릭하면 현 위치에서 주변에 있는 충전소가 검색된다. PHEV 아이콘을 눌렀더니 주행 평균 연비와 배터리 전량을 보여준다. 계기판 모니터에는 경제운전, 보통운전, 비경제 운전 3가지로 나눠 운전자의 운전 상태를 알렸다.

성능은 쏘나타 가솔린 못지 않다. 시속 100㎞까지 속도를 끌어올릴 때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배터리 장착 등을 이유로 차량 무게는 가솔린 세단보다 더 많이 나간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130㎏ 무겁다. 그래서 인지 액셀을 밟는 느낌은 가솔린 모델보단 약간 무겁게 반응한다.

도심에선 EV모드 주행으로 기름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반면 고속주행에선 엔진 사용이 잦으면 연료 효율은 그만큼 떨어진다. 서울 시내에서 평균 연비는 약 180㎞를 주행하는 동안 L당 14.3㎞ 나왔다.

트렁크 공간이 좁은 건 단점이다. 배터리 팩이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밑에 장착돼 일부 공간을 차지했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 이마트 120여곳에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원한다. 거주지 인근에 대형마트가 있으면 주 1~2회씩 충전해서 사용하면 연료비를 아낄 수 있겠다 싶다. 만일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충전소가 설치된다면 PHEV 이용자는 훨씬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