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비중 대폭 축소…"정시폐지·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도 검토"

고려대가 현재 고교 1학년이 응시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입학생의 절반가량을 고교 추천 전형으로 선발한다.

또 수시모집에서 인문, 자연계 학생들이 모두 응시했던 논술고사는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이남호 교육부총장은 2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18학년도 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판안을 보면 2017학년도 기준으로 전체 입학생의 16.7%인 수시모집 학교장 추천 전형의 이름을 2018학년도부터 고교 추천 전형으로 바꾸고, 모집 인원도 전체의 50% 안팎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수시에 해당하는 고교 추천 전형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정시모집의 비중은 현재 25.9%에서 15% 안팎으로 줄어들게 된다.

고교 추천 전형은 세부적으로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고교 추천 전형'으로 나뉜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교과 성적 위주로 뽑는 현재의 학교장 추천 전형과 거의 유사하고, 새로 도입되는 '학생부 종합 고교 추천 전형'은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을 고교에 알리면 고교가 이에 맞는 학생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고교에 학생 추천권을 주고 대학은 이를 신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종합 고교 추천 전형의 평가방식에 대해 "학생부가 평가할 만한 내용(지표)을 모두 갖고 있다"면서 "학생부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심층면접을 통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학교장 추천 전형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이 지원할 수 없게 돼 있으나 고교 추천 전형에서는 이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다만 고교 추천 전형은 고교 3학년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으며 재수생 등은 지원할 수 없다.

김 처장은 재수생에게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고교추천 전형 외에 나머지 전형은 모두 재수생에게도 열려 있으므로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고교 추천 전형이 고교등급제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가능한 한 많은 고교에 기회를 줄 수 있게 과거에 고려대 입학생을 내보지 못한 학교라도 인재가 있다면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려대는 과외 등 사교육 유발 부작용이 있고 각급 학교에서도 지도 부담이 크다는 반응 등을 고려해 2018학년도부터 수시 논술 전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정시모집의 논술은 이미 폐지됐다.

고려대는 2009∼2013년 논술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추적한 결과 학습 성과 등이 다른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보다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고도 덧붙였다.

주요 대학 가운데 신입생 선발에서 정시, 수시 논술을 모두 폐지한 것은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가 두 번째다.

고려대는 특히 수능 점수가 변별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고교추천 전형을 비롯한 모든 전형에 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도 폐지할지를 각 전형별로 검토중이다.

또 정시 모집 축소 흐름을 반영해 장기적으로는 정시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김 처장은 "수능이라는 제도가 지금처럼 변별력이 없다면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정시를 줄여나가되 정시를 폐지할지는 수능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장은 "가장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는 '대학 이기주의'를 양보하고 공교육을 살리는 쪽으로 고려대가 입시제도의 큰 방향을 잡았다"면서 "이런 제도 개편은 앞으로 몇 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