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그래픽 = 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LG화학은 올 3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54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에도 불구하고 환율 효과와 기초소재·정보전자소재·전지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물량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 실적도 폴리올레핀 생산 부문 호조, 비(非)석유화학 부문 실적 개선 등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 전망이다.

○세계 평균 대비 40% 낮은 에너지 소모량

올해 R&D에 6000억 '공격 투자'…제품 다변화로 수익 '꾸준'
LG화학은 원재료 가격 하락 등 외부 환경이 좋아지는 가운데 나프타크래커를 지속적으로 증설하고 원재료를 다변화하면서 원가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작년 여수 크래커 15만t을 증설했고, 올 2분기엔 대산 크래커 5만t을 늘리면서 총 22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플랜트당 평균 생산능력은 110만t으로 국내 나프타크래커 가운데 가장 크다.

여수 나프타크래커는 지난해 증설 이후 세계 최초로 에너지 원단위 3000㎉대에 진입했다. 전 세계 나프타크래커들이 에틸렌 1㎏을 생산하는 데 평균 7500㎉의 열량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평균 대비 40% 넘게 에너지 소모가 적다. 나프타크래커는 제조원가에서 나프타 등 원재료 비용을 제외하면 에너지 비용 비중이 60%를 넘는다. LG화학은 지속적인 증설과 다양한 에너지 절감 활동을 통해 에너지 원단위를 세계 최고 수준까지 높였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내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강점이다. LG화학의 작년 R&D 비용은 5112억원으로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7개) R&D 비용을 합한 것보다 2.5배 이상 많았다. 올해는 약 6000억원, 2018년에는 9000억원 수준까지 R&D 비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폴리올레핀 설비 등은 범용과 고부가 제품을 병행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경쟁력이다.

○비(非)폴리올레핀 이익 개선 전망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나프타 가격 동반 하락으로 폴리올레핀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수치)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사업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올해 화학 부문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기존의 폴리올레핀 실적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부가합성수지(ABS)·합성고무·폴리염화비닐(PVC) 등 비(非)폴리올레핀 제품군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ABS는 수급 측면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ABS 수요는 2018년까지 연평균 30만~40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설은 올해 5000t, 내년 7만t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의 ABS 생산능력은 세계 2위, 판매는 세계 1위로 ABS 수급 개선의 대표 수혜주다. 지난 3~4년간 지속됐던 합성고무 공급 과잉도 내년부터 해소될 전망이다.

LG화학의 전체 매출에서 PVC 부문 비중은 약 10%로 중국 공장을 포함한 생산능력은 약 130만t이다. 그동안 중국 카바이드 공법의 공격적 증설로 최근 몇년간 PVC 부문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PVC의 대규모 증설이 작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화학 부문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PVC 부문 실적도 점진적 개선이 기대된다.

○고객·제품 다변화로 변동성↓

LG화학은 R&D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올해 중대형 전지 부문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배터리 적용 모델 수의 확대 및 2세대 전지 준비에 따른 선제적 비용이 집행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LG화학의 배터리 적용 모델 수는 작년 10개 수준에서 내년 이후 40개를 넘어 네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GM,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일부 업체 생산량에 좌우되던 중대형 전지 실적 변동성이 내년 이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모바일 등 소형 전지도 비슷한 양상이다. 과거에는 일부 업체 생산량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지만 고객과 용도 다변화에 나서면서 그 영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LG화학은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중대형 전지 매출 전망치를 기존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20%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LG화학은 2003년 중국 후가공 공정에 진출한 이후 2012년 외국계 업체로는 최초로 중국에 편광판 일관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성공적인 현지화와 증설을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올 3분기 편광판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또 중국 난징 공장 편광판 생산능력의 추가 증설(3, 4호기)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난징 공장의 편광판 생산능력은 현재 4000만㎡에서 내년 상반기 6400만㎡, 내년 하반기 7800만㎡로 증가하게 된다.

이동욱 <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treestump@hi-i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