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전주만 시작돼도 눈물이 왈칵"
“이 난리가 웬 거요. 생이별 지천으로 널렸으니 흘러내리는 모든 것이 피눈물이 아니오.”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 1950년 6·25전쟁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남편 양백천(박인환 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돌산댁(나문희 분)의 애절한 노래가 시작되자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배우 나문희(74·왼쪽)와 박인환(70·오른쪽)이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부부를 연기한다. 오는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서울시뮤지컬단 창작뮤지컬 ‘서울 1983’에서다. 각각 북한으로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4남매를 키워내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어머니 돌산댁과 전쟁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양백천 역을 맡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노래가 나오면 감정을 하나도 만들지 않아도 정말 감정이 내 가슴에 가득 찹니다. 뮤지컬이 사람에게 이렇게 큰 감동을 주는지 미처 몰랐어요.”(나문희)

나씨는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같다”며 “연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돌산댁은 환경이나 시대에 밀려서 살아야 했던 내 나라의 장한 어머니”라며 “지금도 우리나라에 장한 어머니들이 너무 많은데, 그분들을 대표해서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나씨와 여러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박인환은 “우리 세대 관객들은 다 접해온 이야기일 것”이라며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거나 전해 들은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보면서 ‘맞아, 누구네가 그랬었지’ 하면서 깊이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983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 주제곡으로 쓰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비롯해 ‘꽃마차’ ‘울릉도 트위스트’ 등 1980년대를 대표한 가요 11곡이 등장한다.

20~26일로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다룬 뮤지컬이라 배우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박씨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연극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작품을 했습니다. 곧 이산가족 상봉이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오셔서 그때의 그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