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검토 중'

은행권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는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 이후 근무시간 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런 입장은 최 부총리의 언급이 알려진 후 금융업계에서 나온 첫 반응이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페루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금융권의 개혁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은행 일선에선 "오후 4시에 마감하고 나서도 일이 계속된다"는 이유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고객 수요에 맞게 은행 영업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며 최 부총리 발언을 지지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변형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바쁠 때는 법정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한가할 때는 그 이하로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하나금융은 외국인들이 많은 안산 원곡동출장소와 서울 구로동지점, 대림역출장소, 을지로6가 지점 등 17곳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객의 시간에 맞춰 늦게 오픈해 좀 더 늦은 시간까지 은행문을 열어놓으면 된다"며 "직원들과 이야기하면 시행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안산이나 홈플러스 지점 등에서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2위의 점포망을 가진 KB국민은행도 변형근로시간제 운영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15일 "영업점 체제 개편과 맞물려 시간제의 탄력적인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대 여부가 결정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서울 서초구 우면동지점,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점 등 5곳에서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 특화점포인 '애프터뱅크'를 운영 중이다.

또 원곡동 등 외국인 고객 밀집지역에서 오후 7시 전후까지 문을 여는 외환 송금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이렇게 변형근로시간제를 적용한 영업점은 모두 12곳이나 된다.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춘 NH농협은행은 주말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문을 여는 특수점포(마사회지점)를 경기 과천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청지점 등 218곳에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점포가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법원 출장소, 서울 동대문의 두타지점 등 모두 54곳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변형근로시간제를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한다고 하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법원 지점, 동사무소 지점 등 모두 69곳에서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 부총리의 발언 이후 추가로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할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은행도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전국 250곳의 영업점 중 17곳에서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 중인 SC은행은 백화점에 임점한 소규모 점포 '스마티뱅킹유니트'(SBU)를 통해 영업시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뱅킹유니트란 은행 직원 2∼3명이 작은 공간에서 근무하면서 태플릿PC로 예금 가입, 대출, 상담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형태의 점포다.

영업시간은 백화점 영업시간과 동일하다.

SC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5∼6곳의 SBU를 낼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전국 134곳의 영업점을 운영 중이며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로 동일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금융 수요자 입장에서 편의를 충족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영업 시간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