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스펙보다 적응력 보고 직원 뽑아야"
“중소기업일수록 흔히 말하는 ‘스펙’ 좋은 직원을 뽑으려 합니다. 우리 회사에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 별 고민 없이 말이죠.”

올리비에 블룸 슈나이더일렉트릭 최고인사관리책임자(CHRO)는 1일 “중소기업이 인력을 채용할 때 ‘좋은 이력서’에 흔들리지 마라”고 조언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프랑스가 본사인 다국적 에너지효율화 솔루션 회사다. 기업들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통합 관리해준다. 작년 미국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50대 직장’으로 뽑혔다. 1975년 한국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23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에 맞는 직원을 뽑아야

올리비에 블룸 슈나이더일렉트릭 최고인사관리책임자(CHRO)가 중소기업이 직원을 뽑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제공
올리비에 블룸 슈나이더일렉트릭 최고인사관리책임자(CHRO)가 중소기업이 직원을 뽑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제공
블룸 CHRO는 먼저 회사를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이를 잘하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열린 사고를 지닌 ‘집시형 인간’을 뽑고 있다. 해외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그는 “능력이 출중해도 회사와 맞지 않으면 금방 퇴사하는 ‘부적응자’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이 기준에 맞춰 인재 관리도 하고 있다. ‘마르코 폴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갓 입사한 직원 중 일부를 선발해 2년여간 해외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성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지사는 전체 임원의 25%가량이 여성이다. 2017년까지 35%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블룸 CHRO는 “한국에서 일하는 550여명 직원의 국적이 9개에 이를 정도”라며 “인종, 전공, 성별, 종교 등이 다양할수록 창의적인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화관리 프로그램 함께해야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원래 철강회사였다. 1990년대 후반 전기장비업체로 업종을 바꿨으며 지금은 에너지솔루션 회사가 됐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한 것. 이 과정에서 130개 이상의 회사를 인수합병(M&A)했다. 그럼에도 매출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블룸 CHRO는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비결로 꼽았다.

이 회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3년 단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회사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솔루션 회사로의 전환’ ‘디지털화 촉진’ 등의 주제를 잡으면 직원들은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과제를 만들고 실행한다.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 그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 직원들은 자기 할 일만 보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 환경과 전략 변화에 맞춘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룸 CHRO는 많은 기업이 ‘글로벌화’를 외치면서도 진정한 글로벌 회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을 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는 “한국 기업의 외국 현지법인이나 자회사의 경우 한국적인 기업문화 색채가 너무 강하다”며 “현지 실정과 영업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본사 문화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식하려는 고집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슈나이더일렉트릭 주요 경영진은 아시아, 유럽, 북미에 골고루 퍼져있다. 그는 “특정 문화에 구애받지 않는 조직을 갖춰야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