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 증시와 중국 증시의 동조화(커플링)가 한층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 증시 간의 상관관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중국 증시 움직임에 따라 한국 증시 흐름도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상관관계는 0.59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의 상관계수인 0.43보다 높다.

한국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미국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더 높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는 중국 증시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올 들어 1월부터 지난 7일까지 일일 종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지수 상관관계는 0.78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러시아(0.73), 아르헨티나(0.68), 프랑스(0.55), 독일(0.48), 대만(0.28) 호주(0.14)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0.01), 베트남(-0.06), 인도(-0.35) 등은 상하이지수와의 상관관계가 음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증시의 흐름은 중국 증시가 개장해야 알 수 있을 정도"라며 "과거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흐름이 결정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처럼 한국 증시가 중국 증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한국의 대외 수출의존도는 89.3%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중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25%를 넘어 10% 수준인 브라질, 필리핀, 태국 등보다 훨씬 높다. 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은 중국 수출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로 중국 증시가 하락한다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올 수 밖에 없다"며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가 증시 동조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두 나라 간 증시 동조화가 펀더멘탈(기초체력)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지속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상하이지수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살펴보면, 작년 말부터 지수 급등으로 PBR은 올랐지만 ROE 하향세는 가속화됐다.

반대로 코스피지수는 저성장 국면으로 ROE의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PBR은 ROE 수준에서 등락하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PBR을 보면 최근 조정으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이는 펀더멘탈과의 괴리를 보이며 변동성이 확대된 중국 증시와는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등 G2 관련 위험을 상당 부분 반영한만큼 앞으로는 불안이 진정되거나 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