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회법 개정 논란이다. 이번에는 상임위원회가 마음만 먹으면 1년 내내 청문회를 열 수 있게 청문회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일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이런 국회법 개정안을 11월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사달이 났다. 위헌 논란으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를 불러왔던 지난번 국회법 파동의 2탄이 터질 모양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청문회 개최 요건(65조 1항과 2항)을 종전 ‘법률안이나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서’에서 ‘상임위의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해서’라고 바꿨다. 이렇게 ‘국회(상임위)의 소관’이라고 확대하면 국정 현안 중 해당되지 않는 게 없다. 상임위마다 마음만 먹으면 온갖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 간섭할 수 있다. 특위나 특검을 할 필요도 없게 된다. 상임위 차원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지만 이는 문제도 아니다. 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국회는 지금도 온갖 사안에 아무런 제지 없이 개입한다. 여기에 국회법까지 개정되면 국정혼란이 뻔하다.

게다가 이 개정안은 국회에 접수된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로 이관해 그 조사 결과를 3개월 내에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고 있다. 국회에 들어오는 각종 민원과 청탁을 사실상 수용하라는 압박에 다름 아니다. 국회가 민원대행기관이 되겠다는 것과 같다.

국회가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권력에 도취한 결과다. 무소불위의 의회독재다. 국회가 법안을 만든다고 할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 정작 고쳐야 할 법, 없애야 할 법은 손도 안 대고 멀쩡한 법을 고쳐 악법을 만든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어이가 없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전에 합의해줬다는 이런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올라가도록 내버려둔 것도 모자랐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소수정당의 ‘알박기’에 발이 묶인 국회요, 여당이다. 엊그제 유승민 파동을 겪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19대 국회 임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부터 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