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기일이 오는 10일로 정해진 가운데 이 회장이 건강 악화로 상고심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감염 우려 때문에 이 회장이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의료진의 의견"이라며 "건강 상태를 감안할 때 상고심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2월과 9월에 열린 1심 및 2심 판결 때는 휠체어를 타고 직접 법정에 나온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심은 1, 2심과 달리 순수한 법률심(원심의 법리 해석과 적용이 맞는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이 회장이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상고심은 신장이식수술 부작용으로 건강이 악화된 이 회장의 거취 및 그룹의 향후 경영 행보와 직결된 문제로 CJ그룹은 대법원의 결정을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2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13년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고서 급성 거부반응 등 부작용으로 구속집행정지를 법원에 요청하고 그 기간을 수차례 연장해왔다.

이 회장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15분 있을 예정이다.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하면 구속집행정지는 자동으로 종료돼 이 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된다.

수감된 이후에는 필요할 경우 법무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으며 사유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거쳐 형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통해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낸다면 오는 11월 21일까지로 연장된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유효하다.

CJ그룹은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의 공백으로 중요한 투자 결정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하는 등 경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 이후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로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이 참가하는 그룹 경영위원회를 설치했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경영 공백 장기화 등을 이유로 실형 선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왔다.

이 회장은 현재 거동은 물론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건강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게 CJ그룹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건강 상태 때문에 지난달 14일 별세한 부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빈소를 지키지 못하고 입관실에만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