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비싼 값에 팔리는 자동차 강판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해외 협력사를 대폭 늘리고 있다.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은 연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민차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입사 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현재 포스코를 먹여 살리는 강종인 ‘자동차강’을 집중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철강 불황이라고 하지만 자동차 강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車강판 생산 1000만t 목표

포스코는 지난 3일 광양제철소 내 연산 50만t 규모의 7번째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을 착공했다. 일반 자동차 강판보다 무게는 10% 가볍지만 강도는 2배 강한 초고장력강(AHSS)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 회사 측이 밝힌 투자 이유다. 지난달에는 중국 충칭강철과 손잡고 연 240만t 규모의 냉연 강판과 냉연도금 강판을 생산하는 합작법인 두 곳을 세우기로 했다.

포스코는 “2009년 멕시코 1CGL 준공을 시작으로 인도, 태국, 중국 등에 해외 공장을 짓고 있다”며 “광양 추가 증설로 지난해 850만t 수준인 자동차용 강판 생산량을 2017년까지 1000만t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 강판을 연 1000만t 이상 생산하는 업체는 아르셀로미탈뿐이다.

강도가 높고 무게가 가벼운 자동차 강판은 800여개 철강사 중 20여곳만 생산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강종이다. 철강업계가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포스코는 자동차 강종으로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마그네슘강, 고장력강 등 자체 개발한 강종만 수십 종에 달한다. 2009년 538만t이던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지난해 830만t까지 증가했다. 자동차 강판 생산량은 포스코 전체 생산량의 20%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을 차지한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다.

포스코가 자동차 강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건 2000년 이후다. 주요 고객사이던 현대자동차가 계열사 현대제철로부터 자동차 강판을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포스코는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렸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폭스바겐·도요타·GM·르노닛산·현대차 등 글로벌 ‘톱10’을 비롯한 26개 자동차 업체에 강판을 판매했다.

올 들어서는 독일 명품 자동차 포르쉐의 고성능 스포츠카 ‘911 GT3 RS’의 지붕에 마그네슘강을 제공했다. 폭스바겐으로부터는 ‘미래 자동차 공급 트랙(FAST)’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사우디車로 ‘게임 체인저’ 될까

업계는 포스코가 강판 공급사를 뛰어넘어 자동차 업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는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국민차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된다.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 국민차 사업에 참여하는 계약을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안정적인 내부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는 뜻”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중동 등 신흥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의 인수합병(M&A)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걸림돌도 있다. 사우디는 국민차 프로젝트에 ‘대우’ 브랜드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우자동차’ 브랜드 사용권은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GM 측에 넘어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월 한국GM 측에 사용권 반환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한국GM이 반환을 거부했다.

엔진 생산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사우디 측은 현지 지형과 기후를 고려해 2400cc 엔진을 최종 요구해왔다. 엔진을 공급하기로 한 쌍용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디젤엔진은 2200cc, 세단용 가솔린 엔진은 3600cc까지 생산하고 있어 2400cc 엔진은 다시 개발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엔진 개발에 수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쌍용차가 2017년에 맞춰 목표 생산량인 15만대에 엔진을 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