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4천억 '웃돈' 주고도 원금의 240% 이자로 회수
민간 투자수익률 8.52%에 해답…조정하면 통행료 인하 가능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 36.3㎞)의 비싼 통행요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경기·서울의 지자체 15곳과 국회의원들이 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5곳 지자체는 300만 명 서명운동에 나서 지난달 31일 기준 52만 명 서명을 받아냈다.

이에 발맞춰 이들 지자체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25명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협의체를 구성, 이번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때 비싼 통행료 문제를 쟁점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통행요금은 같은 도로임에도 남부구간에 비해 2.6배 비싸 2006년 6월 부분 개통 때부터 논란이 됐다.

관련 지자체들과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한 형국으로, 비싼 통행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통행요금, 어떻게 결정됐나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을 위해 민간사업자가 최초 투자한 건설비는 1조4천848억원이며 인건비 등 운영비는 매년 300억∼400억원에 이른다.

애초 민간사업자가 투자한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통행료 수입으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통행요금 협약이 체결됐다.

여기에 민간사업자에게 투자수익을 보장해 주도록 했다.

투자수익률은 애초 9%대에서 2011년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을 인수, 자본재조달을 하며 8.52%로 다소 낮아졌다.

목표통행량에 통행요금을 곱해 민간사업자가 30년간 투자원금과 투자수익을 회수하도록 한 것이다.

목표 통행량의 90%에 미달하면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운영적자를 보전해 준다.

통행요금은 2007년 12월 전 구간 개통 때 4천300원, 2011년 자본재조달을 하면서 4천500원, 2012년 다시 4천8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국토부는 실시협약에 따라 최초 5천100원, 현재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5천900원을 받아야 하지만 통행료 인상을 억제해 현재의 요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통행료 인상을 억제해 발생한 부족분은 정부가 MRG 등으로 지난 6월까지 2천13억원을 민간사업자에게 보전해줬다.

◇ 국민연금공단, 4천억 '웃돈' 주고도 25년간 이자로 4조4천억 가져가…대출원금까지 합치면 5조5천억 회수
비싼 통행요금에도 국민연금공단은 후순위채에 대한 '20∼48%' 고액 이자로 수익을 챙겨가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받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가 김현미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2011년 6월 민간자본 1조4천848억원이 투입된 서울외곽순환도로 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의 지분 86%를 1조8천419억원에 매입했다.

무려 4천억원의 웃돈까지 주고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매입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액면가 4천600억원어치 주식을 7천916억원에 인수하고 나머지 1조503억원은 선순위 대출(7천500억원)과 후순위 대출(3천3억원)로 투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주식에 대한 배당수익을 가져가지 않는 대신 대출 이자로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을 택했다.

선순위채는 7.2%, 후순위채는 20∼48% 이자율을 적용한다.

선순위채의 이자는 단리로 계산해도 연간 540억원, 후순위채는 연평균 1천23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이 연평균 1천800억원, 25년간 4조4천억원을 이자로 가져가는 셈이다.

이는 투자원금의 240% 수준이다.

또 대출원금 1조503억원은 서울고속도로가 국민연금공단에 갚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연금공단은 1조8천억원을 투자해 3배인 5조5천억원 회수하게 된다.

연금공단은 전체 투자금액(1조8천419억원)에 대한 2011∼2014년 누적수익률이 5.8%에 불과해 많은 수익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적용된 후순위채에 대한 이자율은 20∼32%로 이자는 연평균 528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2036년 6월까지는 36~48%의 이자율이 적용, 연평균 1천300억원의 후순위채 이자를 가져가게 된다.

◇ 통행료 인하 해법 없나…투자수익률 8.52%에 해답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통행료 문제는 지난 9년간 끌어온 사안이다.

같은 도로에서 구간에 따라 재정·민자사업이란 이유로 요금 차이가 너무 커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이 후순위채 이자율을 낮춘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자율을 낮춰 발생하는 수익은 어차피 20년 뒤 주식배당으로 국민연금공단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열쇠는 협약에 보장한 8.52% 투자수익률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행요금을 내리려면 비용을 줄이거나 통행량을 늘려야 하지만 비용 항목 중 건설비나 운영비는 고정비에 가까워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통행량을 늘리는 것도 인위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수익은 투자에 대한 대가로 민간사업자에게 보장해주는 비용이다.

통행요금 결정 요소 중 하나로,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통행요금은 비싸진다.

반대로 낮추면 통행요금은 싸진다.

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이 선순위채와 후순위채 고액 이자로 투자원금과 수익을 동시에 가져가는 근거도 이 투자수익률 조항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8.52%인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면 비싼 통행요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식은 3가지다.

하나는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수익률을 낮춰 수익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수익률의 일정 몫을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정부가 재정도 지원하고 국민연금공단이 일정 비율 투자수익률을 낮춰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다.

세 가지 방안 모두 국토부나 국민연금공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에는 분명하다.

연금 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안정적인 수익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국토부 역시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재정 지원을 늘리면 다른 민자사업에도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투자수익률 8.52%는 실시협약에 명시된 부분"이라며 "통행요금 인하를 위해 MRG 비율 조정이나 후순위대출 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사업구조 조정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은 현재의 값싼 시중금리를 감안하면 국민연금공단의 과도한 수익구조는 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 협의회 야당 간사인 김현미 국회의원은 "이자제한법이나 대부업법보다 높은 이자를 가져가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강제할 조항이 없다"며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수익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