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집 살까…전세 머물까' 고민 늘어…하반기 전세난 지속 예상
지난달 22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발표된 뒤 주택 매매시장엔 관망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계절적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전세시장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하반기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및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각각 72.2%, 70.3%로 나타났다. 서울은 2013년 60.1%로 60%를 넘어선 뒤 1년9개월 만에 70%대에 진입했다.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올 들어 전셋값 상승세 지속

[Real Estate] '집 살까…전세 머물까' 고민 늘어…하반기 전세난 지속 예상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전셋값은 6.7% 상승했다. 인천이 9.46%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서울시가 9.02%로 두 번째였다. 대구와 경기가 8.43%, 7.01%로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구가 13.52%로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마곡지구 등을 빼면 아파트 신규 공급이 매우 적은 영향이 컸다. 화곡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158㎡(이하 공급면적) 전셋값은 6억원으로 연초보다 1억원가량 올랐다. 전셋값 상승률이 11.7%로 2위인 송파구의 ‘레이크팰리스 자이’ 142㎡ 전셋값은 9억원이다. 역시 연초에 비해 1억원 정도 높아졌다.

전국 시·군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인천 서구(14.87%)다. 경기에서는 파주(13.07%) 광명(12.71%) 하남(12.47%) 김포(12.21%)가 모두 12%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파주시 와동동 가람마을 7단지 ‘한라비발디’ 132㎡ 전셋값은 연초보다 4000만원가량 뛴 3억9000만원까지 올랐다. 정대홍 함스피알 차장은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이주 수요가 서울 인근 경기로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률이 유독 높았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평균을 넘는 상승률을 보인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 수성구(11.61%)가 가장 높고 동구(10%), 서구(9.54%) 등 나머지 지역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세시장 오름세 지속, 월세 거래 증가

전세시장 오름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여파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난으로 촉발된 매매 수요 중 대출 감당이 안 되는 일부가 전세로 눌러앉을 수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0.23%), 신도시(0.04%), 경기·인천(0.03%) 등이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전주에 비해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59주 연속 상승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난 지속과 함께 월세 거래 증가 추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여름 휴가철로 전세시장 오름세가 한풀 꺾였지만 불안한 모습은 여전하다”며 “내년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매수가 부담스러워 임대차시장에 머무르는 수요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 거래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1만3464건) 중 월세 거래 비중은 34.7%로 나타났다. 지난 3월 31.2% 이후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세 대안 뉴 스테이와 연립주택 주목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은 대안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임대아파트의 낮은 품질과 다른 새로운 개념의 임대아파트로 대형 건설사 등 민간자본이 투자해 공급한다. 대림산업이 이달 인천 도화 택지개발지구에서 내놓는 ‘e편한세상 도화’가 첫 번째 단지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전 가구를 남향에 4베이 구조로 설계하는 등 임대주택은 저품질이라는 편견을 깰 것”이라며 “직접 관리를 맡아 아이 돌봄과 가구 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심에서 연립과 다세대주택 신축이 활발한 것도 전세난 완화에 다소 도움을 줄 전망이다. 뉴타운 해제지역과 역세권 주변의 일반주거용지에서 3층 안팎의 연립과 다세대주택이 잇따라 공급되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아파트가 편리하긴 하지만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어 대안 주택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연립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 3~4인 가구가 거주하기 편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