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국내외 보여주기 위한 쇼" 비아냥도
이집트, 개통식 당일 운하 일대에 군인·경찰력 25만명 배치

이집트가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식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다.

이집트 수에즈운하청은 오는 6일(현지시간) 수에즈운하가 관통하는 동북부 이스마일리아에서 새 운하 개통 공식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외교사절단, 사업가 등이 참석한다.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은 엘시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깜짝 발표하고 나서 1년간 야심 차게 준비해온 프로젝트이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은 채 국내 펀드로 기금을 조성하고 80여개 국내 업체를 동원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869년 11월 처음 개통돼 유럽(지중해)과 아시아(홍해)를 잇는 기존 수에즈운하는 석유수송 등의 허브 역할을 맡아 왔는데 이번에 제2의 운하 개통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점에서 이집트는 들떠 있는 분위기다.

연일 이집트 신문지면과 국영TV는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식과 관련한 기사와 보도로 채워졌다.

이집트 국민 다수도 이번 개통식을 계기로 이집트의 위상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가 클 정도로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은 이집트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이다.

수에즈운하청에 따르면 이집트는 엘시시 대통령의 사업 개시 발표 이후 80억 달러를 투입해 전체 72km 길이의 제2의 운하 건설에 돌입해 1년만에 마쳤다.

72km 가운데 35km 구간에는 새로운 물길을 냈다.

나머지 37km 구간은 새 물길 없이 운하의 폭을 317m로, 깊이를 24m로 각각 늘렸다.

이에 따라 기존에 통과하던 선박보다 더 큰 화물선도 지나갈 수 있게 됐다.

전체 수에즈운하 통과시간은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대기시간은 평균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 것으로 운하청은 예상했다.

또 기존 운하와 평행한 새 운하가 생기면서 양방향 통행도 가능해져 하루 평균 통과선박이 기존 49척에서 97척으로 증가할 것으로 운하청은 기대했다.

이집트는 이 프로젝트 가동을 계기로 장밋빛 수치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체 수에즈운하 통과수입이 연간 53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132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란 수입 예상치를 내 놓은 것이다.

이는 대기 시간의 감소로 통과 선박 수가 늘어나고 대형 유조선 등 각종 배의 통과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 등에 근거했다.

수에즈운하 선박통행료 수입은 관광, 국외근로자 송금에 이어 이집트의 3번째 외화수입원인데 국가 재정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셈이다.

여기에 앞으로 수에즈운하 아래 이집트 본토와 시나이반도를 연결하는 6개의 터널을 내고 이 일대를 개발해 1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운하청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 운하 사업이 일종의 과시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이집트 일부 국영 매체는 그동안 사회민족주의 지도자로 유명한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과 엘시시 현 대통령을 비교하며 이 사업을 엘시시의 업적으로 홍보해 왔다.

나세르는 영국이 지배해 온 수에즈운하를 1956년 국영화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카이로 시내 거리 곳곳에서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엘시시 대통령이 사진과 포스터가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집트 정부의 수입 전망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도 유럽행 유조선의 이동량 감소에 따라 주는 상황이어서 수입이 마냥 증대할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체 190.25km에 달하는 현재의 운하 길이에서 35km 구간만 새 물길을 낸 만큼 제2의 수에즈운하로 보기엔 과대 포장됐다는 해석도 있다.

카이로의 한 시민인 아흐마드(24)는 "엘시시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려고 대대적으로 행사를 치르려는 것"이라며 "이 행사로 일반 시민에게 어떤 이득이 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집트 카이로대학의 무스타파 알사이드 정치학과 교수는 "엘시시 정부는 이번 행사가 '보여주기 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집트 국민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주려는 기회로 삼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당국은 행사 당일 수에즈운하가 통과하는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포트사이드에 군인과 경찰력 등 25만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공군 전투기와 해군 전함, 중무장한 특수부대도 개통식 행사장 주변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