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원자재 가격 폭락에 다른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가와 금값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리 등 광물 시세도 계속 하락해 최근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은 13년 사이 바닥을 기고 있다.

세계 원자재 시장이 출렁이면서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호주 정부는 올해 상반기 원자재 수출로 거둔 추정 수입이 1천282억달러(약 147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전망한 8% 감소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늘어났다.

호주는 세계에서 철광석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금과 석탄 수출량은 각각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다.

최근 철강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점결탄 가격은 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과 철광석 가격도 약세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쉽게 반등할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점은 원자재 가격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방콕 소재 필립 자산운용의 바타나 봉시닌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추가 강세로 이어져 더 많은 자금이 원자재와 신흥시장 자산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는 성장 둔화를 타개할 활로를 모색하고자 노력 중이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연구원은 "호주는 '석탄 붐'의 종말 이후 다른 성장 기회를 찾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호주가 처한 상황은 2~3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는 올해 기준금리를 두 번이나 내리면서 경제성장 둔화를 막고자 애쓰고 있다.

원자재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그나마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자국 통화인 루피화 가치가 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수출의 60% 이상을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 경기 둔화로 인도네시아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원자재 가격 약세와 중국 수요 둔화로 인도네시아 경제가 흔들리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위도도 대통령은 최근 WSJ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성장의 엔진이 니켈, 석탄, 팜유와 같은 원자재였다면 이제는 사회 기반시설 건설과 제조업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OCBC은행의 윌리엄 위란토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 동력의 다변화는) 확실히 좋은 생각이지만 하룻밤 사이에 이뤄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