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시장에서 여름 비수기가 사라진 것에 대해 “수요자들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내집 마련에 뛰어드는 ‘연중 성수기’ 개념이 생겨났다”는 의견과 “전세난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으로 나뉘고 있다.

연중 성수기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사철 구분이 희미해지고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미리 집을 구하거나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은 반전세(보증부 월세) 수요로 잇따라 돌아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입자들이 가을철마다 반복되는 전세난에 대비해 미리 전셋집 확보 및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2006년 부동산 시장 활황기 때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한 반면 올해는 실수요자인 세입자가 움직이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반더펠트 호한철 대표는 “저금리 여파로 월세 수요가 전·월세 거래의 40%를 넘으면서 주거지를 옮기는 데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신규 아파트 대량 공급이 마무리되고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이 상당 부분 이뤄져 성수기와 비수기 개념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전세입자들이 지금처럼 계절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기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지금의 시장 상황은 기록적인 1%대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나타난 특수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청약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려는 건설회사의 이해와 저금리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보통 더운 여름철을 피해 모델하우스를 여는 게 관행이었으나 올해는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가 크게 늘어 건설회사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너나없이 분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