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의 반독점 혐의 조사에 들어간다. EU 집행위는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퀄컴이 경쟁업체를 쓰러뜨리기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U는 퀄컴이 자사 제품만 쓰는 대가로 구매회사에 리베이트나 인센티브를 준 것이 EU의 경쟁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또 퀄컴이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해 생산비 이하로 가격을 책정했는지도 조사한다. EU는 반독점법을 위반한 기업에 연매출의 10%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퀄컴은 3세대(3G)와 4세대 이동통신(LTE) 분야에서 확보한 표준특허로 부품을 만들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휴대폰 제조업체 등에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265억달러(약 30조4100억원)를 기록했다.

EU가 퀄컴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선정기구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표준특허를 사용하도록 한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퀄컴은 경쟁 통신칩 제조업체에 표준특허 라이선스(사용권)를 제공하지 않고 완제품 업체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게다가 제품 자체가 아니라 휴대폰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받는다.

퀄컴 칩에 의존해야 하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퀄컴세(稅)’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퀄컴의 ‘약탈적 가격정책’이 EU의 도마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퀄컴 조사는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퀄컴의 표준특허 라이선스 관련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한국도 지난 2월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억8800만위안(약 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