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왕십리동 왕십리 뉴타운 내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교통 여건이 좋고 편의시설이 풍부한 도심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건축·재개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최근 강북권 새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있는 점도 실수요자들이 분양권 매매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서울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3구역 분양권이 최근 1년새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됐다. 방문객들이 지난 3월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길게 줄 선 모습. 한경DB
서울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3구역 분양권이 최근 1년새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됐다. 방문객들이 지난 3월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길게 줄 선 모습. 한경DB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4년 8월~2015년 7월) 하왕십리동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784건으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423개 동 중 가장 많다. 하왕십리동에 이어 두 번째로 분양권 거래가 많은 위례신도시 내 송파구 장지동(372건)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분양권 거래량(4236건)의 18.5%에 달했다.

하왕십리동의 분양권 거래는 왕십리 뉴타운 3구역을 재개발한 ‘센트라스’ 아파트가 분양된 지난 3월 이후 집중됐다. 4월 42건을 시작으로 5월(471건)과 6월(99건)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여름철 주택시장 비수기인 이달 들어서도 38가구나 거래됐다. 하왕십리동 일대 공인중개업계는 센트라스 일반분양 아파트 1171가구 중 60%를 웃도는 700여가구의 분양권 주인이 바뀐 것으로 추정했다.

센트라스는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이웃한 왕십리 민자역사 내 이마트와 CGV 영화관 등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청약 당시에도 1029가구(특별공급 142가구 제외) 모집에 1순위에서만 1만804명이 몰리며 평균 10.5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센트라스의 분양권 거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계약 후 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지만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 2007년 9월 이전에 사업승인 신청을 마쳐 계약 후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다. 지난 4월부터 재건축·재개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고 있어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앞서 분양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거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센트라스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0만원 안팎으로 4월 이후 2000만원 수준에 공급된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재개발 아파트보다 낮다.

하지만 활발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분양권 거래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센트라스 전용 59㎡ 분양권의 이달 최고 실거래 신고가격은 5억3600만원으로 앞선 6월(5억3650만원), 5월(5억3550만원)과 비교해 변동폭이 크지 않다.

서울 시내 최근 분양권 거래량은 고가의 분양 아파트가 모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보다는 강북권에서 더 활발했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상위 10개 동 중 강남3구 지역은 송파구 장지동(2위)과 서초구 반포동(6위), 송파구 문정동(8위) 등 세 곳에 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