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사면 의사를 어제 밝혔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공론화에 들어간 셈이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의 필요성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 발전과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강조한 만큼 경제계 인사들도 충분히 포함될지 주목된다. 벌써 청와대 쪽에서는 대통합 원칙에 맞춰 광범위한 사면이 검토될 것이라고 한다.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잦은 사면이나 무더기 사면은 여러 면에서 좋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법치주의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사면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것도 법과 원칙 확립 차원에서 경계할 일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법적 현실에 있다. 과잉입법에 따른 과잉규제가 과도하게 많은 전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법경제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성인 인구의 26.5%가 벌금 이상의 형벌을 받았다. 단순 과태료가 아니라 징역·벌금 등 형벌을 내리도록 한 법률이 700여개에 달하고, 형벌조항이 무려 5000여개로 늘어난 결과다. 국가가 모든 분야에 무차별적으로 개입하는, 과잉입법이 초래하는 국가적·사회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민사적 쟁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까지 공공이 개입하고, 형법 등 공법으로 징계하는 한국적 법문화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재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보는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의 경우도 그렇다. 업무상 배임죄는 한국 독일 일본 정도에만 있는데, 독일 일본에선 경영상 판단으로 볼 때는 적용하지도 않는다. 피해자도 명확하지 않은 통상적인 경영판단에 대해서까지 공권력이 범죄성을 따지고 들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이재현 CJ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중병을 앓고 있다. 유전무죄도 안 되지만 유전중죄 또한 곤란하다. 과도한 엄벌주의도 포퓰리즘이다. 경제가 어려운 때, 경제인은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뛰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의 사면검토를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