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농민들 낙엽 태우는 현장 포착해 돈 갈취하기도
사이비 언론, 정보왜곡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갉아먹는 수준

<※ 편집자주 = 인터넷 포털의 제휴 언론사가 부쩍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약점을 잡아 돈을 뜯는 사이비 언론사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광고주협회는 행패를 견디다 못해 피해 실태를 조사해 2일 공개했다.

사이비 언론은 제품이나 사주 비판 기사를 무기 삼아 광고나 협찬을 반강제로 받아낸다.

광고주협회는 사이비 행각이 심한 상위 언론사 10곳을 정해 건전한 저널리즘의 확립 노력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또, 광고시장을 교란시키는 유사언론을 계속 감시하고 가해 매체를 공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는 언론생태계를 위협하는 사이비 언론 근절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사이비 언론의 실태를 고발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차례로 송고키로 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사이비 언론 피해 신고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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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부정적 기사가 3꼭지 더 남았습니다.

남은 기사를 막으려면 꼭지(기사 1편)당 큰 거 1장(1천만원)이 필요하고, 더 성의를 보여주면 나간 기사도 삭제할 수 있습니다.

" 한 유통업체 홍보담당 직원은 지난해 자사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시리즈로 쏟아낸 한 인터넷 언론매체의 편집국 간부를 찾아간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언론사의 광고 영업 직원도 아닌 보도 책임자가, 그것도 기사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 거리낌 없이 거액을 제시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유통업체는 돈을 주지 않았다가 한동안 악의적인 보도의 '폭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사이비 언론 매체들이 저지르는 탈법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이비 언론 행각으로 수사받고 처벌된 사례만 해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검찰은 지난 4월에 '악의적 보도'를 무기로 기업들을 협박해 10개 업체로부터 약 4천만원을 받아낸 인터넷 신생매체 ○○경제신문사 대표 A씨와 광고국장을 공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광고주협회가 운영하는 '사이비언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매체 창간 후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부정적 기사'를 무기로 10개 기업에서 돈을 뜯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이미 보도된 해당 기업 관련 논란거리를 다시 다루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돈을 받으면 기사를 쓰지 않거나 이미 쓴 기사를 삭제해줬다.

지난 4월 전남 함평경찰서가 입건해 검찰에 송치한 B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경찰 조사로는 B씨가 사무실도 없이 혼자 'XX일보'를 운영하면서 최근 2년간 군청·농협 등을 상대로 "광고협찬을 해주지 않으면 비판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위협했다.

22차례에 걸친 협박 끝에 모두 1천300만원을 뜯었다.

B씨는 지난해 여섯 차례만 신문을 발행하고도 각 기관에 구독료 명목으로 매월 1만원을 청구해 13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개인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위해 사이비 언론사를 활용한 예도 있다.

인터넷매체 '△△△뉴스'의 실질적 대표 C씨는 농업회사법인과 인터넷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다가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됐다.

공무원을 협박해 2011년 한국 명품김치 산업화 사업단이 추진하는 1천만원 규모의 쇼핑몰 구축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C씨는 이 과정에서 농림식품부, 광주시, 기획재정부 예산낭비 신고센터 등에 사업 진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11차례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사업단장 사퇴와 시장 면담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은 "공무원을 협박해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을 통해 김치를 팔도록 계약하려고 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C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동구청에 'XXXX신문'을 등록하고, 서울·경기·강원 일대 공장들을 돌며 올해 3월까지 1천300여만원을 갈취한 기자들도 최근 구속됐다.

이들은 "폐수 무단 방류 등 환경오염 문제를 고발하겠다"며 협박해 강릉시에 있는 한 레미콘사업장으로부터 500만원을 뜯어내는 등 언론사 간판 뒤에 숨어 공갈·협박을 일삼았다.

농민을 상대로 갈취하는 사이비 기자들도 있다.

경찰은 올해 1월 남양주시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농민이 낙엽 태우는 것을 발견하고는 환경감시요원증과 기자명함을 제시하고서 관계기관에 고발한다면서 50만원을 갈취한 사이비 기자 4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세농민을 상대로 모두 21회에 걸쳐 168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법으로 단죄받는 사례는 극히 일부이고 상당수 군소 인터넷매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포털을 통한 '부정적 기사 노출'을 무기로 기업과 단체들을 끊임없이 을러대며 버젓이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광고주협회가 2일 국내 500대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담당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로는 응답 기업의 90%가 사이비 언론(유사언론) 행위로 발생하는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최근 1년간 유사언론행위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는 기업은 87%에 달했다.

피해형태로는 기업 관련 부정기사의 반복 보도가 87.4%로 가장 많았다.

경영진의 이름(사진) 노출이 79.3%, 사실과 다른 부정적 이슈와 연계가 73.6%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유사언론행위를 한다고 여기는 매체로는 '메트로'가 33.0%로 가장 높았다.

사이비 언론의 등쌀에 못 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지출된 광고비 규모만 전체 광고예산의 10%에 달한다.

사이비 언론의 폐해가 정보의 왜곡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와 산업을 빠른 속도로 갉아먹는 형국이다.

광고주협회는 이번 조사에서 유사언론행위가 심한 10곳을 지정해 건전한 저널리즘의 확립 노력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광고시장을 교란하고 위축시키는 유사언론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피해사례를 모아 매체명을 공개한다는 계획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