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휘둘리는 사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전삼현 숭실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휘둘리는 사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전삼현 숭실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배임죄 규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률에 형사처벌 조항을 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과도한 징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와 정부의 ‘형벌만능주의’가 경제 주체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경제범죄에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벌을 가하는 게 사회적 이익을 보호하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흔들리는 사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경제범죄와 달리 사회적 이익을 침해한 경제범죄의 경우엔 피해자와 가해자, 침해를 받은 법적 가치가 매우 불명확하다”며 “법치주의의 가장 큰 축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헌법에 정면 배치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표 사례로 지난 4월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들었다. 개정안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생계 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을 뜻하는 생활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교수는 “생활임금의 개념이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며 “분명한 과잉형벌”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가석방 제도를 확대시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가석방 제도의 실태와 확대방안’을 발표한 박상열 광운대 법과대학 교수는 “형법 72조1항에 따라 유기징역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누구든지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론 형 집행률이 80% 이상인 수형자에게만 가석방이 허가되고 있다”며 “법률과 동떨어진 상태로 운용돼 또 하나의 과잉 사법 사례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형기가 3분의 1 이상 지났고 ‘후회하는 마음과 개선갱생의 의욕’이 뚜렷한 수형자에겐 가석방을 허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배임죄 규정도 민사(民事)로 해결될 사안을 형사(刑事)로 통제하는 대표적인 법규로 꼽혔다. 전 교수는 “경제범죄에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현상”이라며 “배임죄 규정 등은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