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자산운용 챔피언들] 홍익·수원·고려대 등 사립대 기금상위 9곳 공개 거부
이번 대학기금 심사에는 전국 103개 대학이 참여해 기금 운용의 실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31개 대학이 참여한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대학은 기금 운용 실태를 보여주기 꺼리고 있다. 특히 명망 있는 사립대학에서 이 같은 양상이 두드러져 교육계의 우려를 자아냈다.

한국경제신문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 시상 제도는 국내에서 대학기금 운용을 평가하는 유일한 평가체계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첫 평가를 한 뒤 2년 만에 전국 대학(407개)의 4분의 1이 참여할 정도로 외연을 넓혔다.

하지만 누적 적립금 상위 20개 사립대학의 참여율은 여전히 낮았다. 이 가운데 올해 9개 대학이 운용 현황 공개를 거부했다. 홍익대(2013년 교비회계 적립금 규모 2위), 수원대(4위), 고려대(5위), 숙명여대(9위), 성균관대(10위), 인하대(12위), 경남대(15위), 한양대(16위), 성신여대(20위) 등이다.

현재 사립대학 기준 상위 20개 대학의 총 누적 적립금 규모는 4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사립대학 전체 기금 규모가 교비회계 기준 8조원임을 감안하면 약 54%에 해당하는 기금이 상위 20개 대학에 집중돼 있다.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립대학 기금의 상당 부분이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깜깜이’로 운용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도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해 지난 5월 대전대에서 사립대학 재무담당자를 한데 모아놓고 재정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조한 바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학기금을 평가하는 이번 기금·자산운용 대상에 많은 대학의 참여를 권장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상위 대학들의 참여율이 낮은 것은 아직 기본적인 운용체계 자체를 갖추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평가에 참여한 상당수 대학도 평가 자료를 모두 채운 곳은 드물었다. 기금 운용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투자지침서(IPS) 자체가 없는 곳이 많았고, 정기예금 외에는 자금을 투자하는 곳이 없어 ‘운용’ 자체가 필요 없는 곳이 대다수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고려대와 성균관대의 경우도 정기예금 외에는 다른 투자자산에 자금을 배분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심사위원은 “아직 대학들의 기금 운용이 걸음마 단계라 자료를 제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기금 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이를 기부금 모집에 활용하는 해외 대학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