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A 기준 지난해 4위
정부·국제기구 회의만 집계…규모·해외참가 비중 등 기준
ICCA는 17위
NGO·민간협회 회의 대상…단발성 행사 등은 집계서 빼
지표는 지표일 뿐
대상·기준 서로 다른 통계…업계흐름 이해하는 '참고자료'
이에 앞서 지난 5월 국제컨벤션협회(ICCA)는 한국은 222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전체 120개 국가 중 17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831건으로 1위, 독일(659건)과 스페인(562건), 영국(543건), 프랑스(533건)가 그 뒤를 이었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UIA 기준으로는 249건으로 5위를 기록했고, ICCA 발표에선 99건으로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UIA 발표에서 국가별 3위였던 싱가포르는 ICCA 순위에선 7위(142건)에 그쳤다.
국제기구와 협회·단체의 연합기구인 UIA 발표에서 한국과 서울은 세계 5위권 이내로 상위권에 위치했지만, 세계 국제회의 협회인 ICCA 발표에선 모두 10위권 밖이다. 이런 차이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전년 대비 70% 이상 개최 건수가 급증해 세계 2위를 차지한 벨기에는 ICCA 발표에선 20위(187건)로 내려갔다. 2년째 한국에 밀리고 있는 일본도 ICCA 발표에선 7위(337건)로 오히려 한국보다 높은 순위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UIA와 ICCA가 서로 다른 기준을 세워놓고 있어서다. UIA는 국제회의의 기준을 크게 A, B, C 3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등급별 세부기준은 △국제기구나 협회가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50명 이상의 회의(A형), 국제기구의 국내지부나 국내 단체가 개최하는 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 가운데 △참가자 수 300명 이상에 해외참가 비중이 40% 이상, 기간이 3일 이상인 회의(B형) △참가자 수 250명 이상에 해외참가 비중이 40% 이상, 기간이 2일 이상인 회의(C형)로 각각 정하고 있다. ICCA는 50명 이상이 참가해 3개국 이상을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회의를 국제회의로 인정하고 있다.
이창현 한국전시컨벤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UIA는 정부와 국제기구가 여는 국제회의를 대상으로 집계하지만 ICCA는 비정부기구, 민간협회의 국제회의를 대상으로 하는 점이 다르다”며 “ICCA는 참가자 수나 해외참가자 비중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정하진 않고 있지만 단발성 행사, 개최지가 한 곳으로 고정돼 있는 행사는 집계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UIA보다 집계결과가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UIA와 ICCA의 결과만을 단순 비교해 MICE 업계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로 다른 대상과 기준에 따라 나온 통계이므로 순위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예컨대 UIA 기준만 놓고 보면 국제기구 본부나 지부가 많은 미국 벨기에 싱가포르 등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윤유식 경희대 컨벤션전시경영학과교수는 “UIA와 ICCA의 발표가 일정 기준에 따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단순하게 개최 건수를 집계한 통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MICE 산업의 경쟁력이나 행사 개최에서 오는 사회·경제·문화적 파급효과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과에 대한 무리한 확대 해석이나 지나친 의미 부여보다는 세계 MICE산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