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활동 감소로 서비스업 직격탄…"예상보다 빨리 진정되면 영향 제한적"

전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살짝 회복조짐을 보이던 우리나라 경제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8년 창궐한 홍콩독감과 2000년대 초반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다양한 지표로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2009년 국내에서 맹위를 떨친 신종플루(H1N1)가 이번 상황과 비교해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물론 그 영향을 계량화하는 것은 어렵다.

경제지표에는 다양한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플루 당시의 지표 변화는 전염병 확산에 따른 여파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2009년 5월2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신종플루는 그해 가을에 심하게 번졌다.

국가전염병 위기단계(주의-경계-심각)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도 그 해 11월3일이었다.

따라서 2009년 4분기는 신종플루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빠른 확산을 전제로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2009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에 0.1%, 1.5%, 2.8%로 증가폭을 늘려가다가 주저앉은 셈이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이듬해 1분기에는 2.2% 성장하며 회복했다.

신종플루의 영향이 컸던 부문은 서비스업이다.

돌림병이 창궐하면 기본적으로 소비주체의 하나인 개인의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가기를 꺼리고 외국인 입국자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전기 대비로 2009년 3분기 1.4%에서 4분기 1.0%로 둔화한다.

이런 지표 악화가 온전히 신종플루 때문은 아니지만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업종별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운송업, 여행업, 숙박음식업 등 대외·여가 활동과 관련된 업종은 신종플루가 확산하던 10~11월의 지표가 추락했다가 대체로 12월부터 나아지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도시철도와 시내·시외버스 등 육상여객운송업 생산지표는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4.2%, -6.3%, -4.4% -3.4%씩 위축되는 흐름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같은 시기에 -0.1%, -2.7%, -1.8%, 3.6%로 움직였다.

이 가운데 주점업은 -7.7%, -15.7%, -9.6%, 2.0%로 나타나 타격이 컸었음을 알 수 있다.

저녁 술자리를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여가생활 위축으로 휴양콘도운영업은 -1.6%, -8.2%, -10.4%, -12.5%로 눈에 띄게 침체했다.

여행업에 대한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여행사업은 그 해 9월부터 4개월간 각각 -34.2%, -34.1%, -19.2%, -0.5%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경기장과 골프장 등 스포츠서비스업 역시 10.4%, -2.8%, -1.9%, -5.1%로 침체양상을 보였다.

유원지·테마파크운영업은 각각 -24.5%, -28.0%, -47.5%, 14.3%를 기록해 10~11월에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다.

반면에 병원의 생산지표는 14.1%, 14.7%, 16.0%, 20.4%로 늘어 커진 의료수요를 반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확산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단기적으로 소비, 여가문화 관련 서비스업에 영향을 미치고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두드러지면 서비스수지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번에도 2분기 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가 예상보다 빨리 잡힌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 때도 2009년 10~11월을 바닥으로 비교적 빠르게 각종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움츠러들었던 소비활동이 지연돼 나중에 몰려서 나타날 수도 있다.

신종플루가 잦아든 2010년 1분기에는 GDP가 전기보다 2.2%, 서비스업 생산은 1.5%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메르스가 단기간에 그친다면 위축됐던 대외활동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연간 지표에 대한 악영향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