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GPE' 의장으로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
"정치, 리더십에 열정 있는 여성은 도전해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영리기구 '교육을 위한 국제파트너십'(GPE) 의장인 줄리아 길라드(54) 전 호주 총리는 18일 한국이 그동안 쌓은 교육관련 지식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할 것을 주문했다.

2015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한 길라드 전 총리는 이날 인천시 송도의 한 호텔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한 것은 한국인이 만든 교육 덕분"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길라드 전 총리는 또 정치 지도자를 꿈꾸는 여성들을 향해 "정치, 리더십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있다면 도전하라"고 격려했다.

그는 2010년 6월 호주에서 여성 최초로 총리에 취임해 3년간 일한 뒤 GPE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GPE는 전 세계 어린이의 교육을 위해 개발도상국, 원조국,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국제기구다.

길라드 전 총리는 금주 후반 서울에서 GPE 이사회가 최근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의 어린이를 돕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GPE 관계자는 5천930만 달러를 네팔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길라드 전 총리와 일문일답.
-- 이번 한국 방문에서 활동 계획은.
▲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뒤 서울에서 개최되는 GPE 이사회에도 참석한다.

지난해 한국이 GPE 기부국이 되면서 GPE 이사회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다.

한국이 전쟁 후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기부국으로 바뀐 것은 기쁜 일이다.

세계교육포럼과 GPE 회의의 주제는 모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과 관련돼 있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많은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GPE 이사회에서 어린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문제를 포함한 5년 계획을 논의할 것이다.

-- GPE가 강진이 발생한 네팔을 지원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 네팔에서 강진으로 8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비극이다.

특히 교육에서는 두 가지 점이 끔찍하다.

교실 1만5천개가 사라져 교육 시스템이 휘청거리고 있다.

GPE는 지금까지 네팔의 가난한 학생과 교사 훈련 등 교육 분야에 1억2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GPE 이사회는 금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열려 네팔이 이 비극에서 회복하도록 도울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 GPE가 한국 정부나 시민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한 것은 한국인이 만든 교육 덕분이다.

높은 수준의 교육 시스템 없이 한국의 경제 발전을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은 교육 분야에서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수 있는 많은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

한국이 GPE의 기부국 멤버에 포함된 점이 기쁘고 우리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돕는데 더 깊이 관여하기를 바란다.

-- 한국 학생들은 사교육에 대한 의존이 크고 경쟁이 심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 호주에서는 학생들에게 대학 입시가 전부가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직장 경력을 쌓고서 다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아니면 더 낮은 대학에 가서 좋은 성적을 받은 후 처음 희망한 대학에 편입하면 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라. 그러나 원했던 대로 잘 되지 않으면 다른 옵션들이 있다"고 얘기해준다.

호주에는 한국과 같은 사교육 문화가 없다.

어떤 학생들은 과외를 받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흔하지 않다.

-- 호주는 한국 학생이 유학을 많이 가는 국가다.

한국과 호주의 교육 협력을 강화할 방법은.
▲ 한국과 호주는 그동안 교육 분야 협력을 크게 확대해왔다.

우리는 한국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한국과 호주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아가 한국과 호주는 지역의 평화와 안보, 국제적 경제 등에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호주 관계는 강화돼왔고 호주에서 정치적 변동과 상관없이 양국 간 협력은 계속될 것이다.

-- 호주 최초의 총리로서 경험을 말해달라. 여성 총리로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 박근혜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성 지도자로서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이들의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남성은 정장만 입어도 괜찮지만, 여성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호주에서는 가정에 관한 질문이 많다.

여성이 고위직 인사가 되기를 열망하고 아이들이 있다면 사람들은 보통 "누가 아이들을 돌봅니까"라고 묻는다.

반면 아이가 있고 같은 직위에 있는 남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문화적으로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에 익숙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래 지속된 성(姓)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이 더 이해심이 많고 더 양육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지만 나 역시 자녀가 없다.

그 점은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여성이 아이들을 낳지 않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일반적인 가정생활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반면 자녀가 있으면 "그런 큰일을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지"라고 말한다.

--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반적인 가정생활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경험을 알 수 있는 개인은 한 명도 없다.

나 역시 남성이 된 적이 없고 호주의 원주민이나 장애인이 된 적도 없다.

다양한 경험의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관점을 경청하고 배우고 이해하는 일이다.

-- 정치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조언한다면.
▲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우려되는 점은 성 차별 문제다.

호주의 젊은 여성들이 나의 총리 경험을 보고 "정치는 나에게 맞지 않아. 그것은 혐오스렵고 힘들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조언은 정치, 리더십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있다면 도전하라는 것이다.

나는 사회가 모든 면에서 더 여성의 지도력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천연합뉴스) 노재현 박소정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