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장은 이마트의 성장판이 닫혀버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대형마트가 정부 규제, 업체 간 경쟁격화 등의 악재를 견뎌내기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기류가 바뀌고 있다. 대형마트, 창고형 매장(트레이더스), 온라인몰 등 각 부문의 경영지표가 예상과 달리 일제히 개선된 것이다.
1분기 매출 3년 만에 증가 '고무적'…이마트 '성장판' 아직 안 닫혔다
◆트레이더스 성장성도 입증

지난 8일 이마트는 전 거래일보다 1.53% 오른 23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 종목 주가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4.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96%)가 뒷걸음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이마트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늘어난 3조2088억원, 영업이익은 11.6% 증가한 1940억원이었다. 기존 할인점(이마트) 매출이 2012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작년 동기 대비 1.1%)했다.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 등 PL 상품 매출이 15.4% 불어난 덕이다. 여기에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체상표(PL) 상품 강화를 강하게 독려하고 있어 앞으로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트레이더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 증가한 2142억원, 온라인몰도 32.6% 늘어난 149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준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존 할인점 실적이 오랜만에 상승세로 전환했고 트레이더스의 성장성이 거의 완벽하게 입증됐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 주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주희 이마트 재무·IR 담당 상무는 “트레이더스는 매장 하나당 이마트의 1.5배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이마트 매장을 트레이더스로 전환해 전체 매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9개인 트레이더스 점포를 매년 5개 정도씩 늘릴 예정”이라며 “적자를 내고 있는 온라인몰은 내년 말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시내 면세점은 아쉽지만…

그동안 이마트 주가가 약세를 보인 데는 면세점 사업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탓도 있었다. 많은 증권사 분석가들은 당초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조선호텔이 시내면세점 사업을 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수혜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신세계그룹이 신설 법인인 신세계디에프를 면세점 사업 주체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시내면세점이라는 신성장동력을 장착할 기회가 이마트가 아닌 다른 계열사로 넘어갔다는 데 따른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임차료 부담에 적자를 내고 있는 공항면세점 사업만 신세계조선호텔에 남아 있다는 점도 악재였다. 지난 1분기 신세계조선호텔은 영업손실 89억원을 냈는데 이 중 70억원이 면세점 사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증권가는 공항면세점 사업이 조만간 신세계디에프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상식적으로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의 사업 주체를 달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예상대로 교통정리가 이뤄지면 신세계조선호텔의 적자폭이 줄고, 이마트 연결 기준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