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긴축 불만 극복…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때 고비 맞기도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8일 오전6시) 투표가 마감된 직후 발표된 BBC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은 기존 303석보다 13석을 늘린 316석을 얻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수당 주도 연립정부에 참여한 자유민주당은 기존 56석의 의석을 대부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 결과는 보수당이 자민당과 연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권을 이어갈 것임을 전망한 것이다.

투표 결과 보수당-자민당 의석수가 과반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소수 정당들의 협력을 얻는 게 가능할 전망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49)는 재정긴축 유지로 인해 의료, 교육, 보육 등 복지 서비스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커진 불만을 극복하고 정권 연장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는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다.

당시 43세로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2005년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보수당 개혁과 집권을 내걸고 혜성같이 등장해 당수 자리에 올랐다.

재선의원으로서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보수당 수장에 오를 수 있었다.

당권을 잡은 지 5년 만에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이끈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표를 찍고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켰다.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귀족학교로 알려진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 입학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1997년 첫 총선에 나섰다가 낙선하고 2001년 총선에서 옥스퍼드 인근 위트니 선거구에서 출마해 당선했다.

그는 총리에 오른 뒤 노동당 집권 시기 금융위기와 복지 확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0%포인트 가까이 불어난 재정적자를 낮추기 위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

당시 유럽은 그리스 재정위기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

집권 초반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없애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최대 3배가량 인상할 수 있는 법안을 강행 처리해 2011년 젊은 층들의 폭동을 맞기도 했다.

또 국민건강보험(NHS)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국민의 불만이 팽배했고 학교 부족과 급식 예산 부족 등을 지적하는 교사들의 비난도 거셌다.

그럼에도 캐머런 총리는 재정적자 축소를 밀어붙여 한때 GDP 대비 11%대에 달했던 재정적자 비율을 5%로 끌어내렸다.

한편으로는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정책 등을 활용해 경제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게 경제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경제계에서 친(親) 기업적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2012년 열린 런던 올림픽 역시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캐머런 총리에게는 최대의 시련이었다.

치밀한 계산 없이 주민투표 실시에 동의해줬다가 영국 연방이 와해할 수도 있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캐머런은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공약으로 또 다른 도전을 맞고 있다.

애초 EU로부터 일부 권한을 돌려받고 EU의 추가적인 통합 움직임을 막는 방향으로 EU 협약 개정에 방점을 둔 카드였지만 EU 측이 협약 개정에 완강히 반대하는 탓에 영국의 운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는 셰필드 경의 딸인 사만다와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뒀으나 첫째 이반은 뇌성마비와 중증 간질을 앓아오다가 2010년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직후 숨졌다.

캐머런 부부는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에서 넷째를 낳아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 이어 재임 중 자녀를 얻는 사례를 이어갔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