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캐머런 총리, EU 탈퇴 국민투표 양보 불가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정부를 이끌지 않겠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 4일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EU 탈퇴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한 발언이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서더라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양보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현재 보수당의 유력한 연정 대상인 자유민주당은 EU 탈퇴 국민투표에 반대하지만, 국민투표를 고수하는 보수당 주도 연정 참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자유민주당이 연정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5가지가 우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수당 캐머런 총리는 2017년까지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7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영국 총선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기업과 투자에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EU 국민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만일 보수당 주도 새 정부가 등장할 경우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본격적인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부상하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와 독일 슈피겔도 최근 영국 총선에 대해 '영국의 EU 탈퇴' 여부가 달렸다는 우려 섞인 보도를 내보냈다.

영국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들과 브뤼셀 EU 당국도 이번 영국 총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애초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EU로부터 결정권을 더 많이 가져오는 방향으로 EU 협약 개정을 추진하고 이를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영국의 EU의 분담금을 낮추고 갈수록 늘어나는 이주민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을 원했다.

지난해 영국 내 순 이민자 수는 29만8천명으로 전년도보다 42%나 늘어났다.

총 이민자수도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 62만4천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보였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가져가고 임금상승을 제한한다는 영국 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민투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영국과 EU 협약 개정에 관한 협상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최근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협정 개정 문제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에 가깝다"며 "개정하려면 유럽의회 및 28개국 의회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캐머런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면 협약 개정에 관한 EU 지도부와 절충점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재계 등에서 영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EU 탈퇴 국민투표 강행여부를 결심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부닥치게 된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런던 금융시장에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새 정부가 보수당 주도 정부로 드러나면 영국의 EU 탈퇴 논란이 가속화하면서 유럽 금융시장을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내 여론조사 결과는 EU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