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이 벌이는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부들 사이에도 그리스 국채 상각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 국채 상각 문제는 그리스 정부와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은 모스코비치의 발언은 그리스 국채 상각에 대한 유로존 정부들의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스 국채는 대부분 유로존 국가들이나 정부 산하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 정부들에 그리스 국채 상각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폴 톰슨 IMF 유럽 책임자는 지난달 24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그리스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리스에는 긴축 수용을, EU와 유럽중앙은행(ECB)에는 채무 경감을 요구했다.

그는 유로존 채권단이 상당한 수준의 채무 경감을 하지 않으면 IMF 측은 분할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할금 72억 유로 가운데 35억 유로는 IMF 몫이다.

소식통들은 IMF는 유로존이 그리스 정부와 벌이는 분할금 지원 협상에서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낮춰달라는 그리스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 그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채무 경감을 해줘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이 그리스 정부와 협상에서 느슨한 긴축 목표를 허용한다면 양보한 만큼 채무 경감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 고위 관계자는 "6개월 전에 우리 모두는 채무 상각은 필요 없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그러나 협상에서 긴축 프로그램 목표가 상당히 느슨해진다면 IMF는 유로존이 채무 경감에 나서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가 채무를 감당 가능하려면 유로존이 애초 목표대로 강력한 긴축 프로그램을 관철하든지 채무 경감을 해주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 IMF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IMF는 구제금융 지원 대상 국가가 채무를 감당 가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이 맺은 구제금융 협정에서 그리스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을 120%로 낮추는 목표를 삼았으나 현 시점에서 목표 도달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U는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에서 그리스의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지난해 176.2%에서 올해 180.2%로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의 유로존에 대한 채무 경감 압박이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을 벌이는 유로존의 운신의 폭을 좁혀 협상을 난항으로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