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 여의도 증권가의 CEO 웃음소리
올해 증시 활황과 저금리에 힘입어 증권사의 1분기 실적도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다. 최근 4~5년 동안 수백억원에 머물던 주요 증권사의 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10대 증권사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분기 들어서 주식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 증권사들의 호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사 네 곳, 이익 1000억원 돌파

KDB대우증권은 지난 1분기에 14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613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KDB대우증권이 분기에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사실상 2011년 4분기(1180억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에 13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긴 했지만 퇴직금 누진제 폐지로 그동안 쌓아 놓았던 퇴직금 충당금 800억여원이 영업비용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간 데 따른 것이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1분기에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각사에 따르면 NH투자증권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추정치는 1010억여원, 삼성증권은 1030억여원, 한국투자증권은 1300억여원이다. NH투자증권은 2010년, 삼성증권은 2011년 이후 사실상 첫 1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대 진입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에 16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삼성자산운용 매각대금 1112억원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에 영업이익 1007억원을 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더욱 향상된 실적을 냈다.
"허허허…" 여의도 증권가의 CEO 웃음소리
다른 10대 대형 증권사(자산 기준)들도 모두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각사 발표와 시장 추정치를 종합한 10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총 80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76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분기 17억원에서 올해 663억원으로 38배나 폭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저효과에 채권부문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증시 활황에 저금리도 한몫

증권사들이 올 들어 깜짝 실적을 올린 요인으로는 우선 주식 거래대금 증가가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월 5조5354억원에서 지난 1월에는 7조1762억원, 3월에는 8조85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거래가 늘면 통상 증권사 영업이익의 25~30%를 차지하는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고 각종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수익도 늘어난다.

저금리에 따른 보유 채권의 수익률 증가도 한몫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1.75%로 인하한 시기를 전후로 시장금리도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의 보유 채권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의 거의 절반을 채권 투자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이 같은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