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450㎞ 수군 재건로(路) 알리고 싶었죠"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 앞서 수군을 재건하는 과정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아이돌 가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역사를 공부했더라면 역사 교사가 됐을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딱딱한 역사가 아니라 재미있는 역사로, 몰입도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1761만명)의 김한민 감독(46·사진)이 다음달 7일 다큐멘터리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를 제작·개봉한다. ‘명량’이 막을 내린 뒤 지난해 11월22일부터 16일간 촬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김 감독은 화면 안으로 들어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선조로부터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받아 떠나는 16일간의 여정을 걸어서 추적했다. ‘명량’에서 일본군이었다가 이순신 장군에게 투항한 준사 역을 해낸 일본 배우 오타니 료헤이를 비롯해 이해영(송희립 역), 장준녕(나대용 역) 등과 여정을 함께했다. 이들은 ‘난중일기’를 한 장씩 넘기며 경남 진주부터 명량해전의 울돌목까지 이어지는 450㎞의 ‘조선 수군 재건로’를 걷는다. 충무공이 전남 일대에서 군사를 모집하고 병참 물자를 확보하며 이동했던 길이다.

“이순신 장군은 수군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왜군과 뒤섞이다시피 다녔습니다. 순천이 왜군의 손아귀에 떨어지자 내륙 쪽 옥과로 들어갔죠. 영화 ‘명량’에 집어넣지 못한 그 긴박했던 수군 재건 과정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명량대첩에 대해 일본인이 자국의 승리라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조선이 일본 함선 30척만 쳐부순 뒤 도망을 갔고, 다음날 일본군이 제해권을 장악했다는 주장이다.

김 감독은 영화 ‘명량’이 세 가지를 남겼다고 자평했다. 첫째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운 것, 둘째는 세월호 참사로 시름에 잠겨 있던 국민에게 힘을 불어넣은 것, 셋째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2013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난중일기’는 승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후손에게 물려줬을 뿐 아니라 세계인의 보물입니다. 7년간 전황을 꼼꼼하게 기록한 장수가 세계 어디 있겠어요. 역사는 기록하지 않으면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그는 차기작 ‘한산’과 ‘노량’ 등 3부작 제작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3차원(3D)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극 ‘징비록’을 예로 들면서 “사극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역사물은 우리 정체성을 더 강하게 확립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