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와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는 일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중인 '아베노믹스'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기업의 현금 보유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들은 풍부한 현금 보유를 바탕으로 해외 기업 인수 때 평균 46%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있다. 반면 세계 평균 인수 프리미엄은 22%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5년 4월 현재까지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418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2억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2014년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총 투자금액은 534억 달러였다.

WSJ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적어지기 때문에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주가 상승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엔저가 기업 인수합병 비용을 증가시켜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본 증시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카세이, 히타치, 브라더는 인수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졌다.

시티그룹 일본 투자은행 부문 유이치 짐보 대표는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있어 또 다른 특징은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캐논의 미라타이 후지오 최고경영자(CEO)와 스웨덴 네트워크 비디오 업체 엑시스 커뮤니케이션즈 회장 레이 모릿슨이 협상을 위해 도쿄에서 만난 지 6개월 만에 거래가 성사됐다.

미라타이는 “해외기업의 인수가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의 수익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지금처럼 사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가 돼있는 경우 인수합병이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임지혜 한경닷컴 인턴기자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