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교육감 드라이브 vs 장관 브레이크…'시제품' 정책 그만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교육감이 추진하면 장관이 제동을 건다. 벌써 두 번째 학생과 학부모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엇박자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특수목적고·특성화중 평가를 통해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을 지정취소 대상으로 지목했다. 서울외고는 교육청 청문절차에 두 차례 불응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작년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논란이 재연됐다. 모두 조희연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건 일반고 위기 극복방안의 일환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자사고, 특목고, 특성화중을 일반중·고교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대고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마디 했다. 요약하면 “다시 검토, 신중한 접근, 가급적 보완”이다. 구체적 방침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반학교 전환에 제동을 건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교육감과 장관의 엇갈린 입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교육청은 엄청난 반발을 뚫고 자사고 6개교 지정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감의 재량 남용”이라며 승인을 거부했다. 이번 역시 교육청이 밀어붙여도 교육부 반대에 막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측의 기본 논리는 뚜렷하다. 평등교육과 수월성 교육이다. 한쪽은 “특권학교 대책 없이 일반고 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맞선다. 매번 평행선을 달린다.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교육감 드라이브 vs 장관 브레이크…'시제품' 정책 그만
논쟁은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로 성향이 다른 교육감과 장관이 공존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는 파열음이 지나치게 크다.

현행 절차를 보면 이렇다. 교육청이 자사고·특목고·특성화중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기준에 미달하는 지정취소 대상이 선정된다. 여기서 이미 한 차례 난리가 난다. 평가에 대한 불신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흔들리고 머리띠를 두른 학부모들은 집단행동에 나선다. 시끄러운 가운데 교육청은 청문절차를 거쳐 행정처분을 결정, 교육부에 동의 신청서를 제출한다.

공은 교육부로 넘어왔다. 동의 또는 부동의, 어느 쪽이든 앙금이 남는다. 장관이 동의하면 일반학교 전환이 최종 결정된다. 해당 학교 학부모부터 동문들까지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교육청의 평가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지정취소 권한이 교육감과 장관 중 누구에게 있느냐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다. 자사고 논란은 실제로 법정 소송까지 갔다.

고비를 넘을 때마다 사태를 지켜보는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수차례 왔다 갔다 한다. 물론 과정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국지적 여론전을 몇 차례나 벌이게 된다. 교육감이 드라이브 걸고 장관은 브레이크를 밟는 오락가락 행정에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이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지정취소 대상이 된 서울외고는 교육청 청문절차를 두 차례나 보이콧했다. 당초 학교 측은 1차는 항의의 뜻으로 거부한 뒤 2차 청문엔 응해 소명하려 했으나, 학부모들 반대에 밀려 참석하지 못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단순히 극성 학부모라서가 아니다. 입시전문가들은 “자녀를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지 못하는 단계에서 대입이 결판난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입과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를 놔두고 고교만 손대서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고교 정책과 대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수장의 성향을 떠나 교육청과 교육부는 협력 관계가 될 필요가 있다. 논쟁하더라도 내부에서 더 많이 해야 한다.

고교와 대입을 잇는 큰 틀을 만들고, 심도 있는 내부 논의를 통해 ‘완제품’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한 번 정해진 내용에 대해선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교육청과 교육부가 영역을 갈라놓고 여론 공방 펼치는 건 낙제점 행정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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