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8개월만에 '순자산=설정액'…"원금 회복했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어 박스권 상단을 뚫고나가자 찬밥 신세이던 국내 주식형 펀드도 3년 8개월 만에 생기를 되찾고 있다.

오랜 손실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최근 원금 수준을 회복하면서 추가 자금 유입 기대감마저 품을 정도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전망치가 2,200대 수준까지 상향 조정되는 등 추가 상승 기대감이 강하지만 테마주 등에 휩쓸려 추종매매에 나서기 쉬운 개인 투자자들에겐 펀드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국내 주식형 펀드 "3년8개월 만에 원금 회복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10% 가까이 상승한 데 힘입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적표도 모처럼 개선세를 보였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61조7천719억원으로 설정액 61조7천825억원에 106억원 못 미쳤다.

펀드의 설정액은 투자자들의 투자 원금에 가까운 금액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평가가치)은 2011년 8월 3일 이후 3년 8개월동안 내내 설정액을 밑돌았다.

이 기간 내내 국내 주식형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원금도 건지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했다.

연초만 해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59조5천95억원으로 설정액 63조5천247억원의 93.7%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코스피가 상승추세를 이어간 덕분에 설정액 대비 순자산 비율은 지난 10일 99.9%까지 올랐다.

더구나 코스피의 높아진 상승 기대감을 고려하면 뒷걸음질치던 국내 주식형 펀드도 신발끈을 조여매고 다시 달려갈 채비를 마친 셈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10개 중 6개는 올해만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양호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10억원 이상) 1천222개 중에서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폭을 웃도는 10% 이상 수익을 낸 펀드는 735개로 전체의 60.1%에 이른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중대형 펀드 중에선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펀드1(주식)C-W'(28.08%),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1[주식]ClassA'(27.78%), 'NH-CA대한민국No.1중소형주펀드[주식]Class A1'(26.24%), '동양중소형고배당펀드1(주식)ClassCf'(22.80%) 등이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다만 'KB그린포커스펀드(주식)C2 클래스'(-0.37%)가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현대현대그룹플러스펀드1[주식]종류C 4'(0.43%),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펀드1(주식)(C)'(1.15%) 등 일부 펀드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 "증시, 상승 여력 있다…개인의 추격매수는 위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투자자들이라면 지금이라도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강세장에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 테마주나 급등주 등에 추종 매매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간접 투자를 통해 투자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그로스주식운용 본부장은 "국내 증시는 올해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국면이어서 모처럼 소외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은 테마에 휩쓸리기 쉬운 만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펀드에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투자 유망 펀드로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나, 최근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우량 우선주와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추천했다.

반면 일각에선 지난 4년간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 펀드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각인된 데다 최근 중국펀드 등 해외 주식 펀드에 자금이 몰려 국내 주식형 펀드가 활황장에서 다시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6거래일째 200억∼400억원씩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환매로 지난달 18일 이후 단 하루만 빼고 매일 1천억∼2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다만, 자금 순유출 강도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출액은 지난달 19일 2천653억원에서 지난 10일엔 142억원까지 축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