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노동개혁 3월 말 합의가 결국 시한을 넘겼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어제까지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핵심 사안에서 예상대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노조단체들의 4월 총파업 으름장만이 확성기에 울려퍼진다. 개혁 성과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져왔던 실업자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약자들은 이번에도 텅빈 가슴만 쓸어내려야 하는 심정이다. 참담하기 그지없다.

애초 노사정위원회가 끼어들어 기득권 노조와 합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었다. 게다가 협상이 길어지면서 회의 안건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이나 성과 낮은 근로자의 해고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렸다. 지루한 협상 경과는 노동 개혁을 밀고가겠다는 정부 여당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만 키워왔을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가 국민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연금개혁을 논의한다고 했을 때부터 합의점 도출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합의기구는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더욱 완고하게 요구하는 통로가 될 뿐이었다. 결국 지난 28일 합의시한을 넘기고 다시 협상한다고 야단이다. 심지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실무협상단 구성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목표치를 먼저 정하고 나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하자”며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놓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실무기구는 정부와 공무원들이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의원들은 실무기구에서 아예 빠지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답보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제 정부가 구체안을 내놓을 때다. 토론은 합의에 도달할 의지가 있을 때 작동하는 것이다. 합의 기구가 합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라면 그런 기구는 폐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