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때 한 번만 방문하면 되는 계좌이동 간소화 방안의 시행이 다음달로 늦춰졌다.

금융당국의 사전 점검에서 준비 부족 사례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애초 오는 30일부터로 잡았던 '연금저축계좌 이체 간소화 방안'의 시행 시기를 4월로 늦추기로 했다.

일단 2주 가량 미룬 4월 13일 정도로 예상하지만, 상황을 봐서 확정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영업점 현장을 방문점검했는데 증권사들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은행이나 보험권의 준비가 미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비자가 불편이나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행 시기를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회사별로 준법감시부가 나서 현장점검을 하도록 독려했다.

점검은 전산 준비는 물론 업무매뉴얼, 직원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간소화하더라도 금융사 간에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많은데다 그간 계좌이동이 드물었기 때문에 직원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연기한 2주의 기간에 준비에 총력을 다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연금저축계좌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원하는 금융사를 찾아 계좌를 열고 기존 계좌가 있는 곳에서 이전신청을 해야 하므로 두 번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간소화 방안이 시행되면 계좌를 넘겨받을 금융사만 방문하면 된다.

이에 따라 이번 간소화 조치는 100조원 규모인 연금저축시장을 놓고 보험·증권·은행 등 금융업종 간에는 물론이고 업종 내에서도 고객 유치전을 촉발할지 관심을 모았다.

현재 업권별 규모는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이 80조원에 육박하며,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이 13조원, 증권사 등의 연금저축펀드가 7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연기의 배경이 보험과 은행권의 준비 부족 탓이 크지만, 이면에는 고객을 빼앗기는 것을 우려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간소화 시행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달 초중순에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간소화에 맞춰 계좌를 다른 업권으로 옮기려는 대기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맞춰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했던 일부 회사들로서는 맥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3일부터 '100세시대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하거나 타사에서 이전하는 고객에게 금액에 따라 최대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는 등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6월말까지 이벤트를 한다.

KDB대우증권은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금액에 따라 최대 10만원의 상품권을 증정하는 '개인연금 피트니스 오픈 이벤트'를 24일 시작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연금저축-IRP 베스트커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