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다시 '시험대' 오른 코스피, 이번엔 '박스피' 벗어날까
코스피지수가 2030선에 올라서며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탈출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환경이 지난 3년간 보다 개선됐다며 박스권 탈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수급 면에서는 투신권 펀드 환매 잔여 물량과 글로벌 투자자금(유동성)의 실제 유입 여부, 경제여건(펀더멘털) 면에서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확인 등이 남은 변수다.

24일 오전 10시15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7포인트(0.12%) 하락한 2034.22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17일 장중 2000선을 돌파한 이후 6거래일째 2000선 위에서 머물렀다. 지난 1월7일 기록한 연저점(장중 1876.27)과 비교하면 200포인트가량 상승한 상태다.

코스피가 2000선 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재차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과거 3년간 비슷한 경험을 했던 '학습효과'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인덱스 펀드 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인덱스 펀드 자금이 유입될 경우 국내 시장은 대형주 위주 장세로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수급 면에서 과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이 강화되면서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 자금 유입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분석했다.

2030선에서 꾸준히 나오던 펀드 환매 수요 역시 과거도 약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수급 면에서 글로벌 유동성에 기댄 외국인 매수세냐, 펀드 환매 수요에 따른 투신권 매도세냐의 '힘겨루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공모형 펀드 환매자금은 현재 일 기준 2000억원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많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수가 재급락 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박스권 돌파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유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증시가 충분히 상승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익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년 동안에도 연초에 지수가 오르다가 1분기 실적 발표 시기가 되면서 고꾸라지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보면 1분기 실적 발표 시기에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을 확인하면서 '기대와 실망'의 사이클이 반복됐다"며 "기업이익 성장이 정말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이 이번에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업이익 추정치는 과거와 달리 연초 대비 1.5% 하향 조정되는 선에서 멈추고, 지난달부터는 소폭 상향조정되고 있다. 현재 1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 추정치는 23조5000억원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