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砲口) 청소기 개발…세계 7조 시장 넘본다
“연예인들이 K-9 자주포 포신 내부를 무게 30㎏에 길이 15m에 달하는 꽂을대로 청소하느라 진땀 빼는 TV 프로그램을 보셨나요. 능숙한 병사들이 해도 두세 시간쯤 걸리지만, 포구(砲口) 자동청소기로 하면 30분에 끝낼 수 있습니다.”

안상진 수성정밀기계 회장(사진)은 12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공장에서 조립 중인 포구 자동청소기를 가리키며 이같이 설명했다. 안 회장은 포구 내부에 남아 있는 화약 슬러지 등을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면서 제거하는 청소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이다. 그는 1998년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직원들이 소총을 청소하느라 힘들었다는 불평에 착안해 2002년 시제품까지 만들어냈다. 지난 17년간 국내외 특허 21개를 받고 해외에 알리기까지 투자한 비용만 70억원에 이른다.

청소로봇은 대포 내부에서 전후진하면서 청소액(강중유)을 뿌리고 강철 브러시로 청소한 뒤 부직포로 이물질을 닦아낸다. 무게가 4.5~13.5㎏에 불과해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성능을 인정받아 지난해 초부터 육군에 K-2 전차용으로 11대를 처음 공급한 뒤 지금까지 25대를 납품했다.

수성정밀은 K-9 자주포에도 납품을 추진 중이다. 155㎜ 포구 자동청소기의 군 공급을 위한 시험평가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안 회장은 “사람 힘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강선(腔線) 아래 강저(腔低)의 찌꺼기까지 완벽히 없앨 수 있다”며 “전투 중에도 전차나 장갑차 내부에서 포신을 청소할 수 있어 병사가 위험한 외부에 나갈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함포의 경우 효용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수성정밀은 5조~7조원대 규모의 전 세계 포구 자동청소기 시장을 겨냥해 2012년부터 매년 10차례가량 해외 방산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 해군에 76㎜ 함포용 포구 자동청소기 8대를 수출했다. 오만 육군과 해군도 제품 시연을 본 뒤 지난 2월 구매 의사를 밝혔다.

포구(砲口) 청소기 개발…세계 7조 시장 넘본다
안 회장은 “해외 방산전시회에 나갈 때마다 ‘한국군은 포구 청소기를 얼마나 구입했나’를 물어본다”며 “한국군에 대한 납품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내년부터는 연간 5000만~1억달러까지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