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유가(原乳價), 시장 무시한 가격 연동제로 뉴질랜드 3배…우유업계 경영난 가중
“국산 우유가 경쟁력을 되찾고 유업체들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가격을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지난 2일 취임한 정수용 한국유가공협회 회장(65·사진)은 9일 서울 방배동 유가공협회에서 기자와 만나 “시장원리를 무시한 원유 가격 연동제 때문에 유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전년도 가격에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결정된다. 정 회장은 “생산비가 높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는 구조에서 농가가 생산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며 “가격이 정치논리로 결정되면 혁신과 발전은 일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도 현행 가격 체계를 고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L당 원유 가격은 1088원으로 일본(888원), 호주(502원), 프랑스(493원)보다 비싸다. 낙농 선진국인 뉴질랜드(316원)보다는 세 배 이상 높다. 정 회장은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면서 우유 분야의 개방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값싼 외국산 우유가 들어와 국내 낙농기반을 흔들기 전에 가격 등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가공협회는 우유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모여 만든 이익 단체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푸르밀 비락 연세우유 건국우유 삼양식품 롯데푸드 동원F&B 등 11곳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합동통신 기자, 산업연구원 연구원을 거쳤다. 1992년 빙그레에 관리본부장으로 입사해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