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총 738개 상장사가 무더기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주총에선 새로운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이 많을 전망이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경기침체를 타개하려는 포석에서다. 신일산업 등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기업 주총에선 주주 간 ‘표 대결’도 벌어질 예정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당 확대를 적극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2015년 주주총회 '3대 관전 포인트'…신사업·경영권 대결·국민연금 압박
○“먹거리 찾자” 해외 뚫는 기업

12월 결산법인 1840개사 중 지금까지 주총 일정을 확정한 곳은 750개사다. 이 중 12개 기업은 지난달 주총을 끝냈다. 이달 3일 에이텍을 시작으로 한 달간 738개사가 주총을 연다.

올해는 정관에 새 사업을 추가하는 기업이 많다. 해외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효성은 상사 등 무역 관련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산림·농산물·광물자원 개발사업을 추가한다. 효성 측은 “현재 무역 부문에서만 2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부문의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수출입업, 수출입 중개 대행업을 신규 사업에 포함시켰다. 국내외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장비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글로벌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직불 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을 신규 사업에 추가한 데 이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행남자기는 의료기기, 화장품 사업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계룡건설은 자동차 판매업, 현대HCN은 사업용 기기·생활용품 렌털업, 삼양사와 삼양제넥스는 온실가스 배출권 매매 관련사업을 각각 정관에 올리기로 했다.

○경영권 놓고 팽팽한 표 대결도

경영진 교체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에선 이번 주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일산업 경영진은 주주 황귀남 씨와 1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황씨 측 지분은 최대주주(14.2%)보다 많은 16.0%로, 실적 악화를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이사 및 감사 선임을 놓고 2대 주주 녹십자와 표 대결에 나선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가 32.52%, 녹십자가 29.36%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녹십자 간 지분 차이가 3.16%포인트에 불과해 접전이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주총에선 김택진 사장의 재선임건이 상정된다. 최대주주인 넥슨이 별도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김 사장 연임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표 대결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두 회사 간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시장의 관심은 여전하다.

○국민연금, 배당 확대 요구할 듯

국내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이 각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 확대를 얼마나 요구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작년 말 기준 266개사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당초 배당이 적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배당 확대를 위해 초강수를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재계 측 기금 위원들의 집단 반발로 이런 내용을 담은 배당 의결권 행사 개정안이 보류됐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개별기업 주총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년 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경영권 참여 논란이 잠잠해진 데다 고배당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높아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은 만큼 국민연금의 행보가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황정수 기자 hkkim@hankyung.com